성수기에도 항공업계 '어닝쇼크'…'좌표 재설정해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적항공사들이 지난 3분기 모두 적자 또는 영업이익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소출의 절반을 거둬들이는 성수기임에도 '어닝쇼크(earning shock)'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항공업계 전반에 구조재편의 전운이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적항공사들이 중ㆍ장기적으로 생존을 위해 전략적 좌표설정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성수기에도 어닝쇼크…하늘길 위기 = 15일 업계에 따르면 상장 국적항공사 6개사는 지난 3분기 대부분 영업손실을 내거나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됐다. 지난 2분기 전(全) 국적사가 적자를 낸 가운데, 2개 분기 연속으로 실적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먼저 매출액 중 일본노선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모두 100억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에어부산은 195억원, 제주항공은 174억원, 진에어는 131억원, 티웨이항공은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형항공사(FSC)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한항공은 국적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70%나 감소한 1179억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은 57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통상 3분기는 항공업계의 계절적 성수기로,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을 거둬들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3분기에 대다수 국적사가 적자 내지 영업이익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업계 전반에 드리운 위기의 폭을 가늠케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2~3년간 호황기에 모아온 실탄을 소모하는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줄적자를 버티지 못하는 국적사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수급불균형…구조재편 태풍 속으로 = 항공업황이 지난 2분기부터 급격히 악화된 원인은 한ㆍ일 갈등으로 확산된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1차적 원인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항공협회(KCA)는 일본여행 불매운동으로 연간 7829억원의 매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 악화, 환율 급등 등도 업황악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선 이번 위기의 본질적 원인으로 '수급불균형'을 꼽고 있다. 지난 수 년간 항공업계가 출국자 기반으로 고(高) 성장기를 겪으면서 경쟁적으로 공급을 늘린데 따른 후폭풍이란 것이다.

중ㆍ장기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는 "일본에서 촉발된 수급불균형은 최근 들어선 동남아 등지로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특히 지난해부터는 항공여행가용인구(Flying ageㆍ15~64세)도 줄어들고 있어 장기적 전망도 어두운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만큼 구조재편의 시기가 임박했단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조만간 LCC업계에서도 인수ㆍ합병(M&A) 또는 구조조정의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적항공사, 좌표재설정 불가피 = 전문가들은 국적항공사들이 '좌표 재설정'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출국자ㆍ단거리 수요에 기반한 고성장기가 사실상 종료된 만큼,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외국항공사 지분투자를 통한 해외 진출▲인바운드 수요 흡수를 위한 영업망 재구축▲제5자유 운수권 등을 활용한 틈새시장 공략▲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는 서비스 다변화 등이 지목된다.

글로벌 항공업계는 이미 이같은 흐름에 적극적이다. 실제 최근 동남아시아 각 국의 LCC들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항공자유화 협정 이후 각국에 합작회사(JV)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파이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서비스 다변화 역시 보편적이다. 해외 FSC의 경우 일등석을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우등석ㆍ일반석을 세분화 해 판매하는 등 LCC의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 LCC들도 중거리ㆍ준(準)프리미엄 수요를 노리는 LCC(에어아시아X, 제트블루 등), 초저가 수요를 노리는 초(初)저비용항공사(스피릿항공 등)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생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가 이같은 컨셉트로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상태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는 "서비스 다변화, 해외 지분투자 등은 이미 해외 시장에선 보편적"이라면서 "우리 항공시장과 항공당국이 이런 흐름에 다소 둔감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국적사들이 구조재편 및 좌표재설정에 나서도록 지원해야 한단 주장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구조재편에 참여한 기업엔 운수권ㆍ슬롯(SLOTㆍ시간당 이착륙 횟수) 배분시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로 산업재편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항공ㆍ관광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 인바운드 수요 유치를 활성화 하도록 보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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