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믿고 대출' 이면엔 '등급 장사'…'은행-평가사 유착, 신뢰 타격'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부동산 같은 담보가 없어도 기술력을 믿고 대출해주는 기술금융 실적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력 평가 '장사'가 관행처럼 이뤄졌었다. 기술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평가 회사들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말 92조9000억원이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017년 127조7000억원, 지난해 163조8000억원, 올해 6월 말 182조원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지원해온 결과다.

은행이 기술신용평가기관(TCB)를 선정해 대상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를 의뢰하고, 평가기관이 평가 결과를 제공하면 은행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 평가기관 중 한 곳인 나이스디앤비가 지난달 당국으로부터 1200만원의 과태료와 기관주의 제재를 받았다. 기술금융 평가사에 대한 첫 제재였다.

신용정보법상 기술신용정보를 산출하는 회사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영업과 평가 조직을 분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나이스디앤비는 영업과 평가팀이 실질적으로 함께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은행으로부터 특정 기업들이 일정 수준 이상 등급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 요청을 영업팀이 받고, 평가팀에서는 약식으로 예상 등급을 제공했다. 약식 평가에서 은행은 사업자등록증, 재무제표 등 간단한 서류만을 줬을 뿐 기술 평가 관련 서류는 제출하지 않았다. 평가팀은 이것만을 토대로 등급을 부여했던 것이다. 이후 정식 평가를 의뢰받는 식이었다.

대상 업체들과 예상 등급 수준 등에 사전협의를 했고, 은행과도 미리 의견을 나눴다. 당국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한 은행은 "유선상으로 사전문의했고, T5로 평가 가능하다고 의견 주셔서 평가 의뢰드립니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8월 말 열린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은 "은행과 평가사 간의 유착 형태로 해서, 어떻게 보면 등급 쇼핑이 일어난 현상"이라며 "기술금융의 신뢰성에 굉장히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고 위중한 사안"이라고 했다. 제재 수준에 대해서도 "영업정지 정도의 조치를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굉장히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당국 관계자는 "신용정보법에 따른 신용조회회사는 관행적으로 영업과 평가 조직을 실질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운영해 왔으며, 이런 사실을 검사로 확인하고 제재까지 온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검사를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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