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 퇴임식…메르켈 앞에서 '재정정책 필요' 강조

2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된 퇴임식에 참석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차기 총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지난 8년간 유럽연합(EU)의 통화정책을 이끌어 온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8일(현지시간) 퇴임사에서 다시 한 번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최대 경제국 정상들의 앞에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된 퇴임식에서 "저금리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정도의 자극(효과)을 주지 않는다"며 "통화정책이 재정정책과 맞물리면 (성장)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하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면서 "미국은 경기조정형 재정정책과 자본시장 연합을 모두 갖고 있었다. 하지만 유로 지역은 자본시장 연합과 친 순환적 재정정책 모두 없었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달리 유럽의 경우 재정정책이 경기의 발목을 잡았다는 뜻인 셈이다.

또한 드라기 총재는 "통화동맹을 안정시킬 수 있을만큼 크지만, 과도한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된 적절한 규모의 재정능력이 필요하다"고 EU공동예산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어 "국가정책이 항상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에 대한 올바른 재정기조를 보장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유로존이 충분한 재정수단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취임한 드라기 총재는 과감한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을 펼쳐왔으나, 글로벌 경기둔화와 맞물려 사실상 드라기 체제에서 ECB가 사용가능한 통화정책 도구 대다수가 소진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지막 퇴임사에서 재차 독일 등 재정여력이 있는 국가들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이달 마지막 통화정책결정회의 주재 후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28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퇴임식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크리스틴 라가르드 차기 총재의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미국발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유럽의 경제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저금리, 저물가, 저성장 등 일본식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이른바 재패니피케이션 공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하지만 독일 등 재정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다만 이날 퇴임식에 참석한 메르켈 총리는 드라기 총재의 메시지를 일부 인정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며 "ECB가 정부의 숙제를 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드라기 총재가 2012년 연설에서 밝힌 후 그의 대표 수식어가 된 "무슨 수를 쓰더라도(Whatever it takes)"를 인용해 "이를 짊어지는 것은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의 후임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차기 총재는 11월1일 ECB 총재로 공식 취임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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