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의 전쟁'...美캘리포니아 예비전력·식료품 사재기 극성

저소득층일수록 타격 커…AP "경제적 불균형 부각"

'서버 다운 우려' 실리콘밸리 기술업체 보안 수요 늘어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북부 등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강제단전이 이어지면서 전력 공급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이 앞다퉈 예비 전력과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북 캘리포니아 전역에 강제단전 조치가 내려지자 임시방편으로 휴대용 가솔린 발전기를 사재기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현재 단전이 이뤄진 곳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을 비롯해 나파·소노마 카운티, 센트럴밸리와 새크라멘토 북쪽 뷰트 카운티 등으로 최대 200만명의 캘리포니아 주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코스트코에서 500달러에 구입한 가솔린 발전기에 2~3갤런의 가솔린을 넣으면 하루 동안 냉장고, 텔레비전, 조명, 휴대전화 충전 등의 기본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생수와 통조림 식품, 손전등, 배터리 등 생필품을 마련하고 주유소에서 유류를 사가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AP통신은 높은 비용 때문에 저소득층에서는 예비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정전사태로 캘리포니아 내 경제 불균형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휴대용 발전기의 대당 가격은 1000~2000달러로 고가인데다가 반영구적 발전기의 경우 설치 가격만 1만달러에 달한다.

빈곤퇴치 비영리단체인 티핑포인트는 비용 부담으로 예비 전력 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인구는 200만명 중 17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단전으로 상점, 식당들도 문을 닫으면서 임시직 근로자들도 무임금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강제단전으로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의 서버와 시스템 다운 우려가 커지면서 보안 수요도 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을 임대 판매하는 업체 썬런은 정전사태 이후 태양광 설치 문의 증가로 웹페이지 트래픽이 15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차량 소유자들이 충전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슈퍼차저(급속충전기)의 운영 현황을 차량 내 내비게이션에 안내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향후 추가 정전 사태에 대비해 슈퍼차저에 테슬라 파워팩을 비축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지난 10일 밤 LA 북서쪽 등 인근에서 일어난 새들리지 파이어 등 3건의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캘리포니아 일대 7552에이커(약 30.56㎢)의 삼림을 태웠고 최소 3명이 사망했다. 최근 2년여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전력회사들의 전력선과 나뭇가지의 충돌로 대형산불이 이어지며 수천가구의 주택이 파괴되고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일어난 산불은 모두 170건에 이른다. 캘리포니아 전력회사들은 파손된 송전시설이 발화의 원인으로 지목돼 막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떠안자 강제단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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