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핫도그 가게 위장 술집의 비밀, 서비스스케이프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시의 113 St Marks Place, East Village는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주택가처럼 보인다. 밤에 이곳에 가게 되면 유일하게 보이는 간판이라고는 소시지 모양의 간판에 적혀있는 'eat me'라는 문구와 핫도그 가게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CRIFF DOGS라는 문구뿐이다. 하지만 매일 밤, 이곳은 핫플레이스가 된다. 엄청난 핫도그의 달인이라도 있는 것일까?

핫도그 가게를 들어가면 작은 문이 있다. 그 문 안에는 빨간 레트로 공중전화가 놓여있고, 그 위에 이는 가게의 초인종(door bell)이며, 들어가기 위해서는 1번을 누르라고 적혀있다. 1번을 누르고 나면 가게와 통화가 되고,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는 잠시 후 비밀의 공간으로 손님을 인도한다. 사실 여기는 다양한 형태의 술을 파는 바(bar)로, 술집 이름도 PDT(Please, Don't Tell) 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가게는 한국에서도 꽤 찾아볼 수 있다. 모 위스키 바에서는 아예 간판이 없기도 하고, 어떤 위스키 바에서는 입구에 책장을 두고 책장에서 어떠한 미션을 해결해야만 내부로 입장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홍보하고, 입구에 잘 보이는 간판이나 네온사인이 있어야 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 중 기본이 아닌가?

왜 이 술집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감추려 애쓰는가?

이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18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점령하고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대해 매우 높은 세금을 매겼다. 하지만 위스키를 사랑했던 스코틀랜드인들은 깊은 산속이나 계곡으로 들어가 몰래 술을 제조했다. 이른바 밀조주인 것이다. 글렌피딕, 글렌리벳 등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의 종류 중 앞의 글렌(Glen)이 산골짜기나 계곡을 의미하는 단어라는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렇게 몰래 만들어진 술은 당연히 몰래 마셔야 했다. 드러내놓고 홍보를 할 수도, 간판을 걸어 놓을 수도 없었다. 놀랍게도 이러한 고난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코틀랜드만의 독특한 싱글 몰트 위스키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과거의 위스키 판매 관습대로, 최근에는 이와 같은 고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술집도 비슷한 형태로 술을 판매하는 것이다.

즉, 위에서 언급한 위스키 바를 찾는 손님들은 18세기 중반, 몰래 숨어서 술을 마시던 스코틀랜드인이 되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서 특별함을 느끼게 되고, 본인이 즐겨 찾는 곳이 되며, 홍보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변인들에게 고객이 스스로 홍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서비스스케이프(Servicescapes)다.

서비스스케이프란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즉, 이러한 공간은 서비스에 추가적인 무엇인가를 더하지 않고도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실제로 신선식품 진열장의 밝은 조명이나, 정육점의 붉은 조명도 하나의 서비스스케이프의 예시라고 할 수 있으며, 테마파크에서 대기줄의 손님을 위해 퍼레이드를 하는 것이나, 쇼핑센터에서 틀어주는 음악 등도 서비스스케이프라 할 수 있다.

여러분의 매장, 사업, 서비스에는 어떤 서비스스케이프가 어울릴지 고민해보라. 이는 손님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안겨줌과 동시에 당신에게는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이다.

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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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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