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닥터마틴도 '비건'…옷장에 스며든 채식패션

환경보호·동물권 생각한 비건패션
패션계 앞다퉈 모피 중단 선언
동물 소재 대신 텐셀, 인조가죽 등 대체재 각광
파인애플 이파리, 폴리 이용한 신발도

페이크 퍼를 사용한 스텔라 매카트니 외투/사진=스텔라 매카트니

[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직장인 여성 A(28) 씨는 가죽이나 퍼 소재가 사용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대신 대안 소재로 제작된 페이크 퍼나 인조 가죽 제품을 소비한다. A 씨는 "얼마 전 유튜브에서 모피코트 한 벌을 위해 수많은 동물이 잔인하게 죽는 모습을 봤다"면서 "이후에는 천연가죽 제품도 일절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인조 가죽 등 대안 소재가 잘 나오는 것 같다"면서 "굳이 진짜 가죽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이 최근 패션계에서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비건패션'이다. 이는 동물성 식자재를 배제하던 채식주의 영역을 넘어 모피, 가죽, 울 등 동물에서 비롯한 소재를 의류 및 잡화에 사용하지 않음을 뜻한다. 아울러 동물 학대가 없는 원재료를 이용해 만든 옷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패션계는 가죽 등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화학 공정과 환경오염, 동물 학대 감소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동물권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 학대를 지양하고자 동물에게서 얻어낸 재료를 배척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감수성이 풍부한 패션계에서 동물 학대와 환경 문제 등을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고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세계 4대 패션 패션위크인 중 하나인 런던패션위크 측은 지난해 2019 S/S 시즌부터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2020 S/S 런던패션위크가 한창인 현장에서 가죽 사용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시위를 진행한 동물권 단체 '페타'는 가짜 피를 표현한 검은 기름을 몸에 묻힌 채 가죽 반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들은 가죽 생산에 대한 비윤리적 행위를 꼬집으면서 동시에 가죽 산업이 지구를 오염시킨다고 강조했다.

해외 명품인 구찌, 프라다, 미우미우 등도 앞다퉈 모피 의류를 지양하면서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했다.

또 영국 한 시장조사기관인 민텔이 발표한 '지속가능성 패션 보고서'를 살펴보면 조사 참여자 47%는 '동물복지가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응답했다.

모던 메도우가 천연 가죽과 흡사하게 구현해낸 인조 가죽/사진=모던 메도우

이 가운데 동물에서 비롯한 재료를 대안 하고자 만들어진 대체제도 인기다. 동물 털과 비슷하고 내구성까지 갖춘 텐셀, 인조 퍼, 인조가죽, 합성 섬유 충전재 등이 대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모던 메도우는 3D 프린팅 기술과 DNA 분자구조 변경 기술을 이용해 인조 가죽을 제작했다. 이들은 직접 단백질 콜라겐을 배양, 활용해 천연가죽의 촉감이나 내구성과 무척 흡사한 품질을 구현해냈다.

독일 남성 패션 브랜드인 휴고보스는 가죽 대신 파인애플 이파리 피나텍스를 소재로 한 친환경 신발을 선보였다. 당시 휴고보스는 가죽 생산에서 필요한 상당한 양의 물과 염색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벗어나려 노력했다. 신발 밑창은 독성물질이 포함된 PVC를 대체해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TPU를, 신발 끈은 100% 유기농 순면 재질을 이용했다.

파인애플 이파리를 주재료로 한 휴고보스 신발/사진=휴고보스

뿐만 아니라 1994년 설립된 영국 비거니즘 단체 '비건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비건 제품 시장은 점차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119개였던 비건 인증 제품은 올해 1,956개로 1년 사이 16배 이상 증가했다.

가죽 부츠로 유명한 영국 패션 브랜드 '닥터마틴'에 따르면 지난해 비건 구두 제품 판매율이 300%가량 뛰었다. 2011년 폴리에스테르와 폴리우레탄 섬유로 제작한 비건 구두 판매율은 전체 판매량 중 4%를 차지했다.

비건 소사이어티 관계자는 "매일매일 새로운 비건 제품이 등록되고 있다"라면서 "비건 인증 승인 절차를 기다리는 제품도 상당히 많다"고 강조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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