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100원짜리 초저가나 1+1만 찾는다

불황·e시장에 밀리자 고육책, 식음료·패션까지 점차 확대
이마트 민생라면이 대표적, 4900원 와인·480원 비누 불티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390원 라면 500만개, 4900원 와인 40만병, 480원 비누 16만개'.

장기화된 불황에 최저가를 넘어 '초저가'만이 살아남는 현상이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경제성장률 둔화보다 소비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고, 온라인 e커머스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어려움에 빠진 오프라인시장이 꺼낸 고육지책이 '초저가'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실적에서도 개선 효과를 보이고 있어 초저가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뚜기는 4개 1세트에 1850원인 '오!라면'을 출시했다. 개당 463원꼴이다. 라면은 이미 초저가 제품의 격전지가 된 지 오래다. 가장 대표적인 이마트24의 '민생라면'은 550원이었던 가격을 지난 2월에 390원으로 낮춰 리뉴얼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주만에 100만개가 판매됐고 현재 500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업계 1위 농심도 올해 초 1990년 단종한 '해피라면'을 재출시하면서 700원이라는 가격을 내세웠다. 해피라면의 700원이라는 가격은 2008년 이후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은 진라면(750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마트 '민생라면'

초저가 경쟁의 주 무대는 단연 대형마트다. 경기침체로 대형마트 출점 수가 제자리 걸음을 보이자 초저가 승부수를 꺼내든 것이다. 그 선봉에는 이마트가 8월 선보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이 있다. 할인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관련된 상품들은 출시 직후부터 판매량이 치솟았다. 칠레ㆍ스페인 와인을 대량 매입해 병당 4900원에 판매한 도스코파스 와인은 한 달 만에 40만병이 넘게 팔렸다. 기존 인기 와인의 1년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이어 개당 480원 다이알 비누는 16만개, 700원 물티슈(100매입)는 25만개, 2900원 보디워시는 20만개가 팔렸다.

이마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저가 제품은 자주 팔리는 생필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가 삼양라면과 손잡고 출시한 5봉지 2000원 가격의 '삼양 국민라면'은 출시 2개월 만에 130만개를 판매했다. 롯데마트의 5000원 '통큰치킨'은 출시 때마다 한정수량이 모두 매진되는 등 '없어서 못 사는' 아이템이 됐다.

편의점도 초저가 전쟁터다. 편의점마다 1+1, 2+1 등 증정 상품 비율을 늘리는 데 혈안이 돼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정 행사의 규모가 최대치에 달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올리브영 '올영세일'

초저가 경쟁은 식음료와 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메리카노를 900원에 판매하는 커피온리와 매머드익스프레스가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신세계푸드는 버거플랜트의 메뉴 가격을 1000원 정도 낮춘 새브랜드 '노브랜드 버거'를 선보였다. 노브랜드 버거는 하루 평균 1500개의 버거가 팔리고 있다. 올리브영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달 5일까지 '올영세일' 기간 동안 선보였던 '100원 특가세일'은 1차와 2차 모두 시작 10여분 만에 모든 상품이 완판되기도 했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초저가전쟁에 너도나도 나서는 이유는 실적으로 증명이 되기 때문이다. 올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8월 매출액이 1조34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가 증가했다고 10일 공시했다. 특히 부분별로 보면 이마트가 11.7%, 트레이더스가 22.8%가 증가했다. 8월1일부터 선보인 초저가 전략이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차재현 D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경우 올해 4분기 기저효과와 전문점 구조조정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은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온라인과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극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소비자경제부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