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교류 지속 외쳤지만…한일 최대축제 반토막

1일 제15회 한일축제한마당 개최
관람객 뚝뚝…갈등 직격탄
후원기업들 불매운동 우려에
행사포스터에서 명단도 삭제

양국 외교부 차관 참석
교류 협력엔 한목소리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일 최대 민간교류인 '한일축제한마당'이 열렸지만 무대좌석 곳곳이 비어 있었다.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한ㆍ일 최대 민간교류 행사인 '제15회 한일축제한마당'이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지만 최근 나빠진 한일관계의 영향을 비껴가진 못했다. 예년에 비해 관람객 수가 크게 줄었고, 많은 기업들이 행사를 후원하면서도 후원 사실을 숨기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행사 홍보 역할을 맡은 주최 측은 오히려 행사가 외부로 알려져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전전긍긍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온 한일 교류행사가 반쪽 행사로 전락한 것이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장을 찾았다는 이영환(41)씨는 "한일관계가 좋지 않아서인지 지난해보다 관람객 수가 3분의 1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했고, 매년 행사장을 방문했다는 이현행(60)씨 역시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좋지 않아 행사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영향 탓인지 주최 측은 행사 시작 시간을 예년보다 30분 미루고, 폐회시간은 오후 6시로 1시간 30분이나 당겼다. 두 나라의 행사 실행위원장을 맡은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이 예정보다 15분 늦게 개회선언을 했지만 자리는 4분의 1 가량 비어있었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지난해(700석)보다 20% 가량 줄인 좌석마저 채우지 못한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참석자들은 한일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지난 15년간 양국은 한일축제한마당으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회를 축척했다"며 "이렇게 축적된 양국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일축제한마당은 어떤 악천후에도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등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불편한 관계에 있는 한일 외교부 차관의 만남도 이뤄졌다. 축사에서 이태호 외교부 1차관은 "현재 한일관계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지만 우리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의지를 이어 받아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문제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즈키 노리카즈 일본 외무대신 정무관은 "일본정부는 양국 간 국민간 교류와 지자체간 교류, 문화, 스포츠 교류는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는 것을 이미 여러차례 밝혀왔다"면서 "그러한 생각에 입각해 외무대신으로 꼭 다녀와 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참석했고, 일본정부로서는 청소년 교류 등 한국 측과 협력하면서 힘차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색된 한일 관계는 행사 곳곳에서 나타났다. 불매운동 등을 염려한 행사 후원기업들의 요구로 주최 측은 포스터 등 행사를 알리는 명단도 삭제했다. 한일축제한마당은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한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시작돼 올해 15회째를 맞았다. 외교부 소관 사단법인 '한일문화ㆍ산업교류협회'가 주관하며, 기업인들이 주도한다.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기관과 서울시, 한일 100여개 기업이 후원한다. 지난해에는 관람객 6만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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