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M]'3급 출구 못찾겠다'…신입 채용 늘린 금감원 '인사셈법'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내년 5급 신입직원을 역대 최대 규모로 채용합니다. 75명을 뽑기로 해 올해 채용인원(62명) 대비 21%나 늘렸습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복잡한 속사정이 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배경 중 하나입니다. 금감원은 올초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는 조건으로 3급 이상 직원수 비율을 현재 43%에서 5년내 35%로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관리직 비중이 높아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조건을 맞추려면 3급 이상 직원수를 줄이거나 전체 정원을 늘려야 합니다. 정년이 된 1, 2급 직원 자연 감소만으로는 목표 비율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섭니다. 금감원은 3급 승진도 최소화하고 정원도 늘려나가며 숙제를 푼다는 계획입니다. 내년 신입직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20% 넘게 늘린 것도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향후 몇 년간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 규모는 내년 수준 이상으로 유지될 전망입니다. 금감원은 감독ㆍ검사수요 증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명분으로 해마다 정원을 조금씩 늘려나갈 방침입니다. 다만 정원 확대는 예산이 필요하고 금융위원회 등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일이라 금감원의 의지만으로 될 일은 아닙니다.

앞으로 4~5년간 승진을 막아 3급 이상 비율을 줄이는 '최악의 승진절벽'도 불가피합니다. 금감원은 당초 전체 정원을 늘려 3급 이상 비율을 떨어뜨리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했지만, 기재부는 '꼼수'라고 지적하며 비율은 물론 5년 내 3급 이상 직원수를 최소 101명 이상 감축하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습니다. 해마다 3급 이상 자리를 20개씩 없애야 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승진을 막아 3급 이상 직원수를 줄여도 목표 비율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어떻게든 5년 내 목표치는 맞춰야 하는데 명예퇴직이 꽉 막혀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고참급 직원이 나가줘야 하는데 재취업 제한 규정, 명예퇴직 미도입으로 출구는 막혀 있는 답답한 상황에서 금감원의 복잡한 고차방정식 풀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