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하늘의 구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정도면 조국으로 시작해서 조국으로 끝난다 할 수 있겠다. 뉴스를 다루는 신문과 방송 뿐 아니라 사석에서 나누는 대화에서도 그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청와대의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찬반이나 호오를 떠나 이제는 정처없이 뜨거워만 지고 있다. 너무 달궈져 대한민국 전체가 적어도 1도 화상 정도 입은 게 아닐까 싶은 화력이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은 물론이고(포털 뉴스에 '장관 후보자'를 검색하면 수십페이지를 넘겨도 오직 한 인물의 소식만 들을 수 있다) 외교ㆍ경제 현안 역시 단숨에 집어삼켰다. 소소한 주변 얘기들을 즐겨쓰는 13년차 기자의 초동여담 칼럼까지도.

주변인물들에게 조국 후보자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20~30대 젊은층 열에 아홉은 고개를 젓는다. 후보자의 자질, 사상과 철학, 개혁의지와는 별개로 '언행불유(言行不類ㆍ말과 행동이 같지 않음)'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럴거면 그러지 말았어야지"라는 애매하지만 무슨뜻인지는 정확히 알 것 같은 말로 실망감을 전했다.

짐작건대 분노의 핵심은 소위 사회지도층과 그의 자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진해왔는지다. 과거 최순실과 정유라의 입시부정이 일부의 불법적이고 뻔뻔한 사례로 구분됐다면, 이번 경우는 여전히 굳건한 어느 계층과 무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많은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후보자 역시 25일 입장문에서 스스로의 안이함을 고백하면서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라는 사족을 달았지만, 후보자 일가의 삶의 궤적은 사실 국민 대부분에게 외계만큼 생소하다. 모두가 온갖 노력과 몸부림으로 관문을 하나하나 통과해 나갈 때(또는 통과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존재조차 몰랐던 열쇠 꾸러미를 손에 들고 적당한 것을 골라 '딸깍' 문을 따고 나아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다.

논란이 이어지며 7년 전 후보자가 자신의 SNS에 적었던 글이 회자된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 경쟁 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당시 그 의미와 이상에 동의했던 진영에서도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늘의 구름이, 그러한 방식으로 하늘에 떠 있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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