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개정안 발표 맞춰 후속 조치 내놓는 정부…석탄재 수입 강화하나

日 화이트리스트 제외엔 신중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기 위한 정령(수출무역관리령) 개정 공포일에 맞춰 우리 정부가 후속 조치를 고심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는 한국의 첫 반격카드는 석탄재 수입 강화 조치가 될 전망이다.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는 7일에 맞춰 우리 정부는 2일 발표한 대응 방안의 후속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7일 정령 개정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기존 화이트리스트를 어떻게 고치는지 개정안을 확인한 뒤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일본 석탄재 수입 규제 등의 구체적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7일 일왕 명의로 공포되면 21일 후인 28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맞춰 우리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대응 방안의 후속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전략물자수출입 고시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 여부 등을 고려해 전략물자의 수출입통제 허가지역을 '가'지역과 '나'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바세나르체제 등 4대 전략물자 국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29개국은 '가'지역으로, 나머지 지역은 '나'지역으로 분류된다. 일본을 포함한 '가'지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엔 3년짜리 포괄허가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나'지역의 경우 허가신청서와 전략물자 판정서를 포함해 계약서ㆍ서약서 등 추가 제출 서류를 더 내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지역과 '나'지역의 경우 전략물자 판정기간은 15일로 통상 90일이 걸리는 일본의 처리기간보다 짧다. 이에 한국 정부가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10조에 판정기간이 더 긴 '다'지역을 신설하고, 여기에 일본을 포함시켜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는 일본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에 맞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뺄 경우 이는 국제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시 우리나라가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보다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관광, 식품, 폐기물 분야에 대한 안전조치 방안을 개별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환경부는 일본산 석탄재의 방사능ㆍ중금속 검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국내 시멘트 공장들은 일본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된 폐기물인 석탄재를 수입해 시멘트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해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6일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일본산 석탄재 폐기물의 방사능ㆍ중금속 오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국민 안전 차원에서 검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사능 폐기물 수입 관리 강화를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본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석탄재는 2017년 기준으로 1280만t이며, 이 중 한국의 수입량은 10% 수준이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산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인상, 수량 제한 등의 조치는 완연하게 WTO 위반 가능성이 높고 처음부터 강경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으므로 명분을 쌓고 가능한 조치들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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