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어금니 모사한 붙이는 약물패치 고안

미세 홈 구조에 의한 모세관 현상으로 빠른 침투…주사기 대비 통증 해소 기대

실제 제작된 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전달패치 확대 모습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배원규 숭실대 교수,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이 독사의 어금니를 모사해 고분자 약물 등을 피부 안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액상약물 전달패치를 고안했다고 1일 밝혔다. 피부 장벽을 뚫고 압력으로 약물을 밀어 넣는 기존 '실린지 주사' 대신 거부감이 적고 통증이 완화된 붙이는 패치 형태의 액상 약물 전달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피부 침투를 위한 바늘과 액체를 밀어 넣기 위한 실린지가 결합된 주사기는 만들어진 지 백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백신 등의 정량적 전달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거부감과 통증을 줄일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고안됐으나 액상약물이 대부분인 실정에서 효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의 고체화 과정이 필요한 것이 단점이었다.

연구진은 큰 압력 없이 가볍게 패치를 눌러 붙임으로써 수 초 내에 액상약물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독을 밀어 넣는 압력기관이 없음에도 수 초만에 먹이의 피부 안쪽으로 독을 전달하는 '뒷어금니독사'에서 얻었다. 어금니가 피부 표면에 아주 미세한 홈을 만들고 그 홈을 따라 모세관 현상에 의해 아무런 외력 없이 독이 침투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어금니 모사 구조체 100여개를 배열한 엄지 크기의 스탬프형 약물전달패치를 제작하고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했다. 그 결과 머리카락 굵기 두세 배 길이의 어금니 모사 구조체 하나 하나가 각각 실린지 주사기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을 통해서도 특별한 외력 없이 5초 만에 백신 및 유효성분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배원규 교수는 "자연모사공학의 문제해결기법을 이용해 기존 실린지 주사기의 장점인 액체약물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큰 바늘과 높은 압력으로부터 기인하는 거부감이나 통증을 극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슨'에 1일자 표지로 게재됐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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