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韓 증시…3개월 새 시총 180兆 증발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매도세에 장중 2,030대까지 후퇴한 29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근 3개월 새 국내 주식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180조원을 넘어서는 등 한국 증시가 악화일로다. 미ㆍ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일본의 수출 규제가 더해지며 국내 간판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가 1.78% 하락하며 종가 기준 5월29일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한동안 매수세를 보이며 증시를 지탱하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며 증시 낙폭이 커졌다. 코스닥 지수는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스닥이 62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지수 하락 폭은 작년 10월 29일(―5.03%) 이후 가장 컸다.

이달에만 코스피와 코스닥 내림폭은 각각 4.7%, 10.4%에 이른다.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4월16일과 비교하면 코스피는 9.7%, 코스닥은 19.2%나 급락했다. 국내 증시 시총도 지난 4월16일 1751조2000억원에서 전날 1567조3700억원으로 약 3개월 만에 183조8300억원이나 쪼그라 들었다. 이 기간 코스피 시총은 135조9300억원, 코스닥은 47조9000억원 각각 줄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추락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기업 실적 부진, 최근 불거진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실적 전망치가 안 좋기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협상 재개 여부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한국 배제 여부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쌓인 상태에서 복합적인 원인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업 실적 전망이 안 좋은 상황에서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악재까지 겹쳤다"며 "외국인이 쏟아내는 매물을 받아줄 매수자가 부족해 하락폭이 더 커졌다"고 봤다.

또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해지면서 수급 기반이 취약해진 것도 증시 추락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 기반이 취약해진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 참여자들의 소외감, 무력감이 과거보다 심화한 데서 기인한다"며 "과거에는 미국 등 선진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증시도 동반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존재했지만 올해는 미국 증시 강세에도 국내 증시 약세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단시간 내 국내 증시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지수가 반등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흔들린다면 코스피가 2000선을 하향 이탈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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