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해사건'…인권위 '성범죄 신고부터 사망까지 경찰 보호기능 미작동'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된 김모(31)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1일 전남 무안군 한 농로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성범죄 가해자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10대 여중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성범죄 신고부터 사망까지 경찰 보호기능이 미작동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18일 "피해자 신고이후 사망까지 피해 아동의 안전에 대해 살피는 노력이 거의 없는 등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있었다"라며 "사건을 담당한 경찰서장과 지방경찰청장에게 관련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고 및 주의 조치를, 경찰청장에게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호기능이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업무개선 조치를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피해자인 의붓딸 A양(12)의 성범죄 피해 신고를 받은 목포경찰서가 A양이 의붓아버지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고려 외에는 피해 아동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봤다. 또 아동 대상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 아동의 심리상태, 피해의 재발 여부, 가해자의 위험성 등 피해아동의 안전을 살피는 노력이 거의 전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경찰은 의붓아버지의 성폭행 미수사건과 관련해 A양이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담당 경찰이 신변보호 신청 사실 조차 모르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사건의 수사과정 전반에서 절차위반, 업무소홀, 이송지연, 수사미진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위는 전남지방경찰청이 목포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별다른 수사가 없다가 A양의 사망 보도가 있은 후에야 의붓아버지를 입건하고, 의붓아버지에 의한 아동학대가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인권위는 보건복지부와 법무부에도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학대 아동의 보호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간 학대사례 정보공유 관행 개선을 권고했다.

또 법무부 장관에게는 아동학대 가해자가 이 사건 의붓아버지와 같이 보호자는 아니나 보호자에 의한 학대와 유사한 양상으로 학대가 재발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이들을 보호자에 준해 임시조치 등이 가능하도록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의붓딸 살해사건'은 지난 4월27일 의붓아버지인 김모씨(31)가 전남 무안군 한 초등학교 근처 차 안에서 A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다. A양은 다음날 광주 동구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은 사건 이전인 3월 9일과 12일 친아버지, 의붓언니와 함께 전남 목포경찰서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A양은 김씨가 광주 한 야산에서 성폭행을 시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음란물을 두 차례 보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양이 경찰 신고 18일만에 끝내 사망하며, 경찰이 청소년 성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한 대처를 했다면 보복범죄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5월 A양의 유족이 경찰의 늑장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경찰의 대응방식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는 등 경찰이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에 미흡했다고 볼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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