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의 배신…텀블러 6개 중 1개꼴 유해물질 성분 검출

24개 시중 텀블러 제품 중 4개 다량 검출
어린이·성인 모두 위험…음료 흡입 때 납 성분도
자발적 회수 조치했지만…관리기준 보완 필요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환경보호 차원에서 보온·보냉 텀블러 사용이 늘고 있지만 소비자 안전 실태는 실망스러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 유통되는 페인트로 코팅된 텀블러 제품에서 6개 중 1개 꼴로 다량의 납 성분이 검출된 것. 특히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한 제품들이 유해물질 과다 검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16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24개 텀블러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안전성과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4개(16.7%)의 용기 외부 표면에 코팅된 페인트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대상은 커피전문점(9개), 생활용품점(3개), 문구·팬시점(3개), 대형마트(4개), 온라인쇼핑몰(5개) 판매제품이었다.

최다 검출 제품은 엠제이씨의 ‘리락쿠마 스텐 텀블러(얼굴·350ml)’로 7만9606mg/kg에 달했다. 국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인 파스쿠찌에서 판매한 ‘하트 텀블러’(4만6822mg/kg)와 할리스커피에서 판매한 ‘뉴 모던 진공 텀블러(레드)’(2만6226mg/kg)에서도 나왔으며, 다이소의 ‘S2019 봄봄 스텐 텀블러’에서도 4078mg/kg가 검출됐다. 이들 4개 업체는 소비자안전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지, 회수했다.

원인은 금속(스테인리스) 재질 텀블러 표면에 칠해진 페인트다. 표면 보호나 디자인 등을 위해 용기 외부 표면을 페인트로 마감 처리한 경우가 많은데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페인트에는 색상의 선명도와 점착력 등을 높이기 위해 납 등 유해 중금속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텀블러는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도 사용하는 제품이다. 표면에 코팅된 페인트에 납이 함유돼 있을 경우 피부나 구강과의 접촉, 벗겨진 페인트의 흡입·섭취 등을 통해 납 성분이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

특히 국내에는 텀블러 등 식품 용기 외부 표면에 대한 유해물질 기준이 부재해 관리기준 보완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텀블러는 식품용기로 분류되는데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면에 대한 유해물질 기준은 있으나 식품과 접촉하지 않는 용기 외부 표면에 대한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식품용기 외부표면에 대한 유해물질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조업체도 기준에 적합하다는 증명서를 판매원에 제출하고 납품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내에서도 납 노출을 줄이기 위해 어린이 제품에 대해 페인트 및 표면 코팅된 제품의 납 기준치를 90mg/kg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온열팩은 300mg/kg 이하로, 위생물수건은 20mg/kg 이하를 준수하도록 한다. 캐나다의 경우 페인트, 표면 코팅된 모든 소비자 제품에 대해 납 함량을 90mg/kg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한편,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따른 표시실태 조사 결과 조사대상 24개 중 23개(95.8%) 제품이 표시기준을 준수하고 있었다. 1개 제품은 재질·식품용 기구 도안 표시 등을 누락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텀블러 등 페인트 코팅 식품용기 외부 표면에 대한 유해물질 관리 기준의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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