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악재 불구…증권사, 반도체株 상승에 베팅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증권사가 반도체주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한일 무역 갈등이 반도체 감산으로 이어져 반도체 가격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최근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종전 8만5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11.7% 상향 조정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대일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빚어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나온 보고서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규제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끼치는 실제 영향과 관계없이 수요자의 심리적 불안을 자극해 일단 재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구매 전략을 바꾸게 만들고 있다"며 "일본의 반도체 재료 수출 규제가 메모리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고, 이는 곧 반도체 관련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상상인증권도 전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7만3000원에서 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소재 수급 우려가 나오는 이면에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한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 규제가 오히려 주가회복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러브콜을 받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 3.5% 오른 7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사흘 연속 3~4%대의 상승률을 보이며 이 기간에만 12% 올랐다. 삼성전자도 전날 1.4% 오르는 등 최근 3거래일 동안 5% 가까이 상승했다.

반도체 투톱의 상승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발표한 지난 1일 이후 반도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5886억원, 2485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지난달 25일 이후 13거래일 연속, 1조1000억원 순매수 했다. 개인이 최근 18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 주식 1조1050억원 어치를 팔아 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절차 규제 영향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며 "과점적 사업자가 감산할 경우 시장 가격이 큰 폭 상승하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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