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수, 부실기업만 타깃…인수·피인수 기업 더 악화된다

우리나라 기업인수, 부실기업 중심으로 이뤄져…인수 후 재무 더 악화

한국은행 '기업인수의 재무적 성과:한국의 사례' 보고서 발간

재무건전성 뛰어난 기업 인수하는 미국과 대조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우리나라에서 기업인수는 주로 재무적 부실과 관련하여 발생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재무적 부실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포함한 기업인수시장이 발달한 국가에서 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들 간에 시너지를 추구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인수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모습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인수의 재무적 성과:한국의 사례'(경제연구원 조은아 과장)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인수의 주요한 이유가 피인수기업과 그 모기업의 재무적 부실인 것으로 분석됐다. 피인수기업 중에 2년 연속 적자 기업이 53%, 자본잠식기업이 61%,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기업은 71%였다. 피인수 대상이 아닌 기업들의 해당 지표가 각각 14%, 21%, 30% 인 것에 비하면 부실 정도가 심각한 편이다.

연구결과 피인수기업의 모회사의 재무적 부실도 자회사의 기업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인수기업이 재무적으로 부실할수록 피인수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인수 횟수가 늘어날수록 재무부실 상태도 더 심각해졌다.

재무적 부실이 심할수록 인수합병을 할 때 구주방식보다는 신주방식이 사용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조과장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인수합병은 구주방식인데, 이럴 경우 모회사는 자회사 팔고 돈을 회수할 수 있다"며 "그런데 신주 방식은 자회사가 신주를 많이 발행해 새로운 주주가 인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주를 산 인수회사는 주식 대가를 자회사에 주니까 자회사 자본 늘어나 재무적 부실은 해소하는 효과를 낼수 있지만, 기존 지배주주는 자회사에 대한 자기 주식 희석 돼 지배력을 잃게된다"며 "기존 대주주 입장에선 돈은 못받아도 부실 자회사는 잘라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실 기업 인수는 역효과를 냈다. 기업인수 이후의 재무성과는 피인수기업과 인수기업 모두 재무적 부실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인수 후 2년을 기준으로, 인수 기업의 경우 인수 후 총자산순이익률(ROA)가 4.8% 감소, 피인수기업의 ROA는 4.9%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과장은 "우리나라에서 기업인수는 주로 재무적 부실과 관련하여 발생하고 있으 나 실제로는 재무적 부실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 기업인수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기업의 재무성과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KIND)에 공시된 2004~2017년 중 '최대주주 변경' 자료 1379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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