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밀운불우 그리고 리더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최근 글로벌 정세를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밀운불우(密雲不雨)'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을 것이다. 구름만 잔뜩 끼어있고 와야 할 비는 오지 않으니, 그 답답함이 어느 정도일까. 주역에 등장하는 이 사자성어는 마치 체증에 걸린 듯 모든 일이 꽉 막혀 풀리지 않고 이로 인한 답답함과 불만은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설명할 때 주로 쓰인다.

2018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한자성어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이 말은 기존 국제질서와 외교의 문법이 흔들리면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리더십은 실종된 글로벌 정세를 그대로 나타낸다. 6ㆍ12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1년을 맞이했지만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글로벌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미ㆍ중 무역갈등이,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대표적인 예다.

정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여론은 갈가리 찢겼다. 무엇보다 이 상황을 봉합해나갈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리더십의 부재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을 더 증폭시키며 모두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를 긴장케 하는 북ㆍ미 정상의 강 대 강 대치는 자칫 비핵화 실기(失機)를 우려하게 하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갈가리 찢긴 여론은 결국 총리마저 물러나게 했다. 영국 내 일각에서는 '마거릿 대처가 있었다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분명한 비전과 목표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리더십의 상실은 조직, 기업 더 나아가 국가의 근본적 위기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금융기업 DBS를 30년가량 이끌고 있는 피유시 굽타는 지난해 자신의 링크드인을 통해 '변화하는 세계에서 좋은 리더의 5가지 자질'을 영어단어 'I'로 표현했다. 좋은 리더가 '나(I)'라는 뜻은 아니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자질을 알파벳 I로 시작하는 개인의 책임(Individual accountability), 이니셔티브(Initiative), 혁신(Innovation), 영감(Inspiration), 의도(Intend) 및 목적으로 요약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윤리(倫理)를 앞세우고 싶다.

결국 리더십이다. 잘못된 리더십이 어떤 위기와 상처를 가져올 수 있을지, 우리 모두 개인적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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