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불법취업 증가, 싱가포르 못잡는 이유

중개인 현지 모집·현금 거래…정책 역효과

[아시아경제 싱가포르 서주미 객원기자] 싱가포르 정부의 외국인 취업 제한 정책이 불법 중개인을 통한 취업 증가의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TWC2(Transient Workers Count Too)가 싱가포르 내 노무직 근로자 3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른바 '달랄(Dalals)'로 불리는 불법 취업중개시장이 한 해 2억3200만싱가포르달러(약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랄'이란 비공식 취업중개인을 뜻하는 북인도ㆍ방글라데시인들의 용어다. 또 응답자들의 절반 정도가 불법 중개인을 통해 일자리를 구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2개월치 급여로 제한된 수수료 법정 상한선보다 더 많은 금액을 중개인들에게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싱가포르에서 면허 없이 취업 등을 알선할 경우 해당 중개인은 건당 최대 8만싱가포르달러의 과태료 또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무면허 고용 알선으로 취업후 적발된 근로자 역시 취업 비자가 취소되고 향후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것이 금지된다.

싱가포르 노동부(MOM)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무면허 취업 중개인 약 350명을 상대로 법적 경고나 기소 등 조치를 취했으며 2016년부터 무면허 취업 알선 활동에 대해 적극적 처벌과 경고 등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싱가포르 내 불법취업자는 71만8000명에 달하며 불법 중개인들을 통한 취업 알선 역시 수십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불법 중개인 대부분이 현금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어 탈세 우려가 큰 데다 과도한 수수료 때문에 근로자가 부담하는 부채는 노동 착취와 학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TWC2는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단속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불법 중개인 대부분이 싱가포르 대신 모국에서 모집책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최근 몇 년 사이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인 취업과 비자 발급을 제한하면서 불법 중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내 외국인 근로자 증가율은 2013년부터 꾸준히 둔화하다가 2017년에는 전년 대비 3만2000명이 줄어드는 등 외국인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동남아 지역 근로자들이 싱가포르로 몰리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민간 부문 임금 총액은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2017년의 3.8%보다 증가폭이 더 컸다. 특히 평균 기본 임금이 4% 증가한 가운데 싱가포르 정부는 저임금노동자의 기준금액을 1200싱가포르달러에서 1300싱가포르달러로 상향조정했다.

다만 최근 미ㆍ중 무역 전쟁 등의 영향으로 싱가포르 역시 경기 둔화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 이 같은 임금 인상 기조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싱가포르 서주미 객원기자 sor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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