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보조금은 늘었는데 기업은 고사직전

국내 유일 잉곳·웨이퍼 생산 웅진에너지 법정관리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태양광 잉곳ㆍ웨이퍼를 생산하던 웅진에너지는 지난 24일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잉곳ㆍ웨이퍼는 태양광 반도체 핵심 부품이다. 국내 2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한국실리콘은 지난해부터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국내 태양광 설비는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기업은 고사 직전에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보급'에만 쏠려 있는 사이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산 제품에 밀려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지급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 정부의 태양광 정책이 산업 생태계 육성ㆍ지원으로 방향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일 한국태양광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태양광업체들의 매출액은 총 5조6071억원으로 2010년(5조9097억원)보다 3026억원(5.1%) 줄었다. 같은 기간 제조기업은 97개에서 118개로 늘어났음에도 총 매출액은 되레 감소한 것이다.

협회는 2018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봤다. 정우식 태양광협회 상근부회장은 "2018년도 국태 태양광업체의 매출은 전보다도 더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중국산 저가공세에 치이고 미국의 태양광 세이프가드 등 탓에 수출까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태양광업체는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이지만 국내 태양광 보급 확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태양광설비 신규 설치량은 보급목표인 1.7GW를 초과한 2.0GW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0.9GW)과 2017년(1.4GW)를 합한 수준에 달한다. 올해 1분기까지만해도 0.6GW 규모의 태양광이 신규 보급됐다. 정부가 자가소비 목적의 재생에너지설비 설치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린 덕이다. 2015년 1183억원 수준이던 정부의 보급지원 예산은 올해 26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태양광은 재생에너지산업 매출의 70%가까이를 차지한다.

정 부회장은 "정부가 올 4월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현장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정책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정부가 보급확대를 위해 '시장육성' 정책을 폈다면 앞으로는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육성'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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