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中企 적합업종에 대한 소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뜨거운 감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이어 생계형 적합업종이 추가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제정한 '생계형 적합업종'이 올해 시행되면서 신청 접수도 한창이다. 4월 말 현재 서점업을 비롯해 16개 품목이 접수됐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2011년 대기업들이 자본력을 내세우며 카페형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드는 등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당시 여론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주력분야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자본력을 내세워 손쉽게 돈을 벌수 있는 동네상권에 진출한 것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대기업의 사업 확대로 어려워진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지난 7년간 323개 품목이 신청됐고 118개 품목이 지정됐다. 원래 3년간 보호가 원칙이나 한 차례 연장을 통해 최대 6년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기간이 지난 경우는 당사자 간 상생협약을 통해 기간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5월 현재 73개 업종과 품목이 권고 20개, 상생협약 51개, 시장 감시 2개 등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도입 초기부터 합의로 진행된 꼭 필요한 제도라는 찬성과 시장왜곡과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킨다는 반대의 상반된 시각이 존재해왔고 왜곡된 주장도 있어왔다. 적합업종 때문에 국내기업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은 대표적인 왜곡사례다. LED조명이 적합업종으로 권고된 후 대기업의 시장 진입 제한으로 인해 외국계 기업이 시장을 잠식(시장점유율 60% 상회)하고 산업성장을 가로막아 중국산 LED 제품의 시장 잠식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품질이 저하됐다는 주장이다.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대기업에는 일부 부품은 국내 판매를, 수출은 모든 품목을 허용했다. 2015년 1월에는 외국계 기업에 시장점유율 확대 문제와 국내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적합업종에서 상생협약으로 전환했다. 또한 적합업종 권고 이후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외국계 기업은 일부 확대됐으나 최근 감소 추세(8.6%)이며, 중소기업 시장점유율은 17.4%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판매업도 사실관계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SK엔카가 중고차 판매업에서 철수한 것은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변화된 산업 환경에 따른 카셰어링 등 신규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2014년부터 빅 데이터를 활용한 중고차판매업에 진출해 대조를 이룬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중국의 중고차판매업 성장은 대기업의 신규 진출보다는 정부 차원의 중고차 거래활성화정책과 관련 금융상품의 발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생계형 적합업종의 하위 법령 및 규정을 제정하고 심의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어떤 업종과 품목을 생계형으로 지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 핫이슈가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ㆍ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간 상생협력으로 갈등을 줄이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고 편향된 시각에서 제도 전체를 비판하는 것은, 그동안의 상생협력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훼손시키는 것이고 갈등을 키우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는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 대ㆍ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간 상생협력의 정착으로 이러한 규제가 필요 없어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ㆍ前중소기업학회장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