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닌데' 北 발사체에 날아간 식량 지원

비건 대표 방한, 식량 지원등 당초 계획 틀어져
외교부, 청와대, 통일부 모두 식량지원 언급없어
한미 공조만 재확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한미 양국이 식량을 포함한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 대표의 방한은 북한의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와 함께 성과 없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제 북한과의 대화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가 하는 숙제만 남았다.

8일 방한한 비건 대표는 9일에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찬을 하며 양국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10일에는 외교부를 시작으로, 청와대와 통일부를 연이어 방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접견했고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중에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잠시 나와 전일 조찬으로 진행한 북핵수석대표 회담을 이어갔다. 비건 대표는 오후에는 청와대에서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통일부에서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날 비건의 대표의 행보 이후 우리측이 밝힌 내용에서 북한 식량 지원 문제는 없었다. 비건 대표는 강 장관과의 접견에서는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여전히 열려있다"고 언급했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단독면담으로는 김 차장과의 만남 시간이 가장 길었다. 비건 대표와 김 차장의 만남은 1시간20분이 소요됐다. 청와대 측은 이날 오후 서면 보도자료를 통해 "김 차장은 비건 대표와 최근 정세 평가를 공유하고, 지난 7일 한미 정상 통화 결과 후속조치를 포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한미 공조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가 향후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부는 "김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인 평화 안정을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최근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인도적 상황,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등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회담이 진행될수록 비건 대표의 얼굴은 밝아졌다. 강 장관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의 굳은 모습은 오후들어 점차 풀어졌다. 비건 대표는 외교부 방문시 모든 공개 발언을 취소한 것과 달리 김 장관이 몰려든 취재진을 언급하며 "이렇게 관심이 많은걸 보니까 오늘 만남이 중요한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네자 "정말 그렇다(Indeed)"라며 "통일부와는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어왔고, 오늘 만남도 기대를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비건 대표가 방문한 곳 모두에서 한미간 긴밀한 공조가 언급됐다. 강 장관은 "북측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로서 매우 우려된다"며 "남북미간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진지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통일부도 다르지 않았다. 입을 맞춘 듯 같은 메시지가 나왔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결국 비건 대표의 방문 일정은 한미간 공조를 확인하는 것으로만 결론 맺어지는 상황이다. 일괄타결식 북한 비핵화 협상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비건 대표를 한국에 보내 대북 식량 지원을 통한 대화의 물꼬를 트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나마 성과는 두번에 걸친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도 흔들림 없는 한미 공맹을 과시한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은 한미 어느쪽도 원했던 것이 아니다.

어쩌면 북한도 좋은 기회를 날린 것일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예고한 올해까지의 비핵화 협상 시한은 이렇게 또 한주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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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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