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0억 캔 팔린다는 '아리조나 아이스티', 어떻게 99센트를 유지할까

[출처=아리조나 아이스티 트위터]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미국 음료제조회사 '아리조나 베버리지(Arizona Beverage, 이하 아리조나)'는 1992년 '아리조나 아이스티'를 처음 출시한 이후 단 한 번도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며 기업가치를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까지 성장하게 한 효자 음료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리조나를 설립한 돈 벌타지오는 처음부터 아이스티를 만든 건 아니었다. 1971년 아리조나가 처음 설립됐을 당시 돈 벌타지오는 뉴욕 브루클린의 창고에서 맥주를 만들어 동네 가게들에 납품을 하는 작은 구멍가게 사장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맥주를 옮기던 돈 벌타지오는 '스내플'의 아이스티가 한겨울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고 곧장 아이스티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미 스내플이 미국 아이스티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었고, 돈 벌타지오는 스내플을 이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해낸 건 단순했다. '스내플보다 양이 많고 저렴한 아이스티'였다. 16온스(473ml) 용량의 병으로 만들기로 했던 계획을 23온스(680ml) 캔으로 변경했다. 가격도 스내플의 절반 수준인 99센트로 내놓았다. 유통업체에서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캔에 '99c(센트)'라고 인쇄해버렸다.

비결은 원가 절감이었다. 생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알루미늄 캔을 얇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알루미늄 양을 기존의 60%까지 줄였다. 분당 1만5000캔을 생산토록 했고,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뉴욕 본사 건물을 물류센터로 활용했다. 왕복 배송을 더 많이 하기 위해 교통체증이 없는 밤에만 배송했다.

광고도 하지 않는다. 아리조나의 광고는 '입소문'이 전부다. 광고예산도 연간 12만 달러(약 1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돈 벌타지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고판에 광고를 하거나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쓰는 것보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곳에 돈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럼에도 일부 유통업체들은 0.99달러라고 인쇄된 부분에 '2달러'라는 스티커를 붙여 판매했고, 아리조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 99centsequals99cents(99센트=99센트)'라는 해쉬태그 운동을 벌였다. 소비자들이 아리조나 아이스티가99센트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취지였다. 이 해쉬태그 운동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고, 아리조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아리조나 아이스티는 연간 10억 캔 이상이 판매되는 미국의 '국민음료'로 등극했다. 게다가 아리조나 아이스티가 내는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인 약 6억 달러(약 7000억원)에 달한다.

아리조나는 여전히 가격인상을 할 계획이 없다. 앞으로 99센트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아리조나 최고마케팅책임자 스펜서 볼타지오는 "처음 아이스티 업계에 들어왔을 때보다 경쟁자는 늘었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을 것이다. 99센트를 끝까지 유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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