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원 '현대차-엘리엇, 올해 주총 건설적 주주관여 사례'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현대차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정기 주주총회가 상장기업과 행동주의 투자자 사이에서 건설적인 주주관여를 구현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25일 KCGS는 '2019 주주총회 리뷰-기관투자가의 주주관여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수원 KCGS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재무제표(배당) 승인의 건, 정관변경,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 등을 주주제안으로 상정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회사 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엘리엇이 제시한 이사회 내 위원회를 명문화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수용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회사가 주주의 의견을 반영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긍정적 변화로 판단했다.

주총 과정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재무제표(배당) 승인 안건의 경우 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구체적으로 공시해 주주들을 설득했고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도 엘리엇 제시 후보를 일방적으로 반대하기보다 후보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이 선임연구원은 "비록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정관에 명문화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제외한 주주제안 모두 부결됐지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주총은 회사 측과 엘리엇 모두 주주들에게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건설적인 주총의 모습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 가입한 94개 기관투자자(지난달 기준) 중 올해 정기주총에서 지분 보유 기업에 주주서한을 보내고 공개한 곳은 5개사였다. 국민연금공단,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이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주주서한을 보낸 뒤 공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KB자산운용은 골프존에 브랜드로열티율과 경영자문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큐리언트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구체적 해명을 요구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SK머티리얼즈에 가스누출 사고 재발방지 계획 및 보상 등을 요구했다.

주주제안 상정 안건과 제안받은 회사 수가 늘었고 안건 유형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9개사가 21건의 주주제안을 받았는데 올해엔 17개사가 57건을 받았다.

지난해엔 배당 확대 제안 위주였지만 올해엔 사외이사 선임안건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 사내이사 선임을 제안하는 경우도 3개사에서 8건 발견됐다.

기관투자가 중 국민연금,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밸류파트너스) 등 6곳이 주주제안 35건(전체 주주제안 대비 61.4%)을 제시했다.

지난해 APG와 밸류파트너스 2곳만 제시한 것보다 늘었다.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과 해외기관이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에 참여했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핵심인 자본시장법 개정안(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기관투자가의 주주제안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법이 통과되면 ▲사모펀드의 분류가 경영권 참여 목적 투자 여부에서 투자자의 범위로 재분류되고 ▲지분보유 의무 및 의결권 제한 규제가 약해진다. 기관이 더 적은 투자자금으로도 경영참여를 할 수 있는 사모펀드를 운용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번 주총에선 회사와 주주가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참고서류) 수가 증가했다. 코스피 상장사들 사이에서 주주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하기 위해 공시한 참고서류는 19개로 지난해 7개보다 증가했다. 19개 참고서류 중 주주제안 통과를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 참고서류는 13개로 집계됐다.

주주제안 없이 이사회가 제시한 안건에 주주가 반대표 행사를 권유하는 참고서류를 내기도 했다. 밸류파트너스와 달튼인베스트먼트LLC는 현대홈쇼핑에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지만, 정관 변경의 건을 뺀 안건에 반대투표를 권하는 취지의 참고서류를 공시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대한항공 이사회 제안에 반대하기 위해 참고서류를 공시하기도 했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취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적은 주주들도 늘었다. 신일산업, 대호에이엘 등의 주주들은 주주제안 및 위임장 경쟁이 없었는데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취지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이 선임연구원은 "참고서류가 단순히 주주총회 정족수 확보 수단을 넘어 주총에서 표 대결을 위한 정보제공의 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게 기업과 주주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본시장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