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만덕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남 강진의 높이 408.6m 만덕산. 야생차가 많이 자생한다고 해서 다산(茶山)으로도 불린다. 정약용 선생의 호 '다산'은 만덕산에서 유래했다. 만덕산에는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을 했던 사적 제107호 초당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 선생은 강진 유배 생활을 하면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저서를 이곳에서 집필했다.

만덕산과 남다른 인연을 맺은 정치인도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주인공이다.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만덕산의 기운을 얻고 싶었던 것일까. 그의 토담집도 그곳에 있다. 허물어져가는 벽체와 낡은 문짝, 검게 그을린 아궁이가 있는 허름한 시골집이다. 정치와 한 발 떨어져 살던 시절 손학규는 '강진만(康津灣)'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토담집에 거주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월 12일 국회에서 창당 1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정치인 손학규는 한때 청와대 문턱 앞까지 다녀왔던 인물이다. 2006년 100일에 걸친 '민심 대장정'은 정치인 민심 경청 행보의 교과서로 통한다. 강원도 삼척 탄광에서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얼굴, 논두렁에서 진흙을 가득 묻힌 맨다리는 그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정치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런 노력이라도 하라는 견해도 있다. 정치인이 더 낮은 곳에서 민심을 경청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시선이다.

1947년생인 손학규의 나이는 어느덧 70대 중반을 향하고 있다. 2019년 4월, 그의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은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동료 정치인들의 격한 언어가 손학규의 귓가를 울린다. 손학규의 장녀 또래인 어떤 의원은 정치 대선배에게 조롱의 언어를 서슴지 않는다. 정치는 비정한 세계라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노정객(老政客)'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정치로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대선배의 선택을 기다리는 게 후배로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언젠가 손학규 스스로 답을 찾을 것이다. 그 옛날, 만덕산 토담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강진만 노을을 바라보며 꿈꿨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손학규 정치'가 그 길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순간 정치인생의 진정한 하산(下山)을 준비하지 않겠는가.

류정민 정치부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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