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블랙홀의 실체, 하필 '도넛'으로 보이는 까닭

EHT 연구진이 관측한 먼 은하 M87의 중심부 블랙홀…일반상대성이론 궁극적 증명

이번에 관측한 M87.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관측자로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지난 10일 세계 과학사 최초로 관측에 성공한 블랙홀은 얼핏 보면 도넛이 연상된다. 블랙홀이라고 하면 보통 떠올리는 검은 구멍의 주위를 밝은 빛이 감싸고 있다. 이것은 인류가 처음 본 블랙홀의 실체다. 지금껏 블랙홀을 직접 본 사람은 없었고, 볼 수도 없었다. 블랙홀은 빛조차 흡수해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상이나 논문에서 봤던 블랙홀의 이미지는 모두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블랙홀은 왜 도넛으로 보이나=이번에 관측한 블랙홀 영상이 도넛 모양으로 보이는 까닭은 강한 중력 때문이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으며 블랙홀 안팎을 연결하는 지대인 '사건지평선'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에서 내뿜는 빛이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도넛처럼 휘감게 되는 것이다. 왜곡된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게 하는데 이를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한다.

이번에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 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이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이 약 400억㎞에 조금 못 미친다고 밝혔다. 블랙홀의 그림자의 크기는 이 보다 2.5배 정도 크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의 관계는=블랙홀 주변의 원반에서 사건지평선 가까이에 다가간 물질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 관측자에게는 이 회전하는 원반 중 관측자를 향해 움직이는 모서리가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는 모서리 보다 밝게 보이게 된다. 이렇게 블랙홀 주변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관측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해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된다.

191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어떤 물체가 존재하면 그 주변 시공간은 그 물체의 질량에 영향을 받아 휘어지게 되는데 질량이 크면 클수록 주변 시공간이 더 많이 휘어져 더 큰 곡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과 두 탐험대가 개기일식을 관측하기 위해 아프리카 해안의 프린시페섬과 브라질의 소브랄로 원정을 떠났다. 에딩턴은 개기일식 때 태양 주변 빛이 1.61초 휘는 것을 관측했고 이로써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할 수 있었다.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인 네덜란드 래드버드 대학의 하이노 팔크 교수는 "만약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가스로 이루어진 원반 형태의 지역에 담겨 있다면 블랙홀이 그림자와 같은 어두운 지역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봤다.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되지만 이전에는 전혀 직접적으로 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건지평선에서 빛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휘어져서 생긴 이 그림자는 천체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고, 이를 통해 M87 블랙홀의 어마어마한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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