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압박 무용론 '솔솔'

김현종 "개성공단 한미 정상회담서 논의"
이도훈 "北 일시 비핵화 환상"
트럼프 외교 가정교사도 단계적 접근론 지지
워싱턴 기류 변화 증언 이어져
방위비 분담금 협정 비준도 美 설득 기반 될 듯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계적 북한 비핵화와 이에 상승하는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일괄타결식 '빅 딜'만을 주장하던 미국이 우리 측의 입장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미국을 방문하고 5일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남북 경협 문제가 한미 간 톱다운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북한이 일시에 비핵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환상(illusion)'이라고 표현하며 단계적 협상론에 힘을 실었다. 이 본부장은 4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에 참석해 "북한은 수십 년간의 제재와 압박에도 핵무기 위협을 키워왔다.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무 최전선에 있는 이 본부장의 언급은 미국과의 교감 없이는 나오기 어렵다. 이 본부장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두 차례 미국을 다녀왔다. 미국의 상황을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는 그가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점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측의 북ㆍ미 대화 촉진 방안에 대해 미국도 어느 정도 동의했을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워싱턴DC의 기류도 '단계적ㆍ점진적' 해법으로 바뀌고 있는 조짐이 포착된다. 대북 강경론을 주장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 스승'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의 언급은 눈여겨볼 만하다. 하스 회장은 "이른 시일 내 북한의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며, 북ㆍ미 협상에서는 단계적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이날 보도했다.

하스 회장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기고한 글에서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절충안을 협상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를 세우되 단계적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했다. 하스 회장은 단계적 접근법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의 중단뿐 아니라 핵물질, 핵무기, 장거리 미사일 생산의 동결은 물론 핵 관련 시설의 신고와 국제사찰단의 검증 수용을 전제했다. 그 대가로 일부 실질적인 대북 제재의 해제와 종전선언, 북ㆍ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이다.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시아실장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리비아 방식의 빅 딜보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법만이 비핵화 협상의 유일한 해결책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워싱턴DC의 기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 예정인 것도 우리 정부가 북ㆍ미 관계를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배경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방위비 분담금 협정 비준이 한미 동맹의 신뢰를 강화시킬 것"이라며 다음 주 열릴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북한이 국제무역 거래에 대한 법규 가운데 하나인 '국제 물품매매에 관한 협약(CISG)'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북한이 제재 완화를 염두에 두고 무역 시스템에 편입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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