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연기자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지난해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 영업 실적이 1974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공장을 돌려 생산을 늘릴수록 오히려 수익성은 나빠지는 역설적인 결과다. 공장 가동률과 수익성의 비례 관계가 깨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인건비 상승과 중국시장 부진에 따른 유동성 지원 등 고비용 구조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국내 공장에서 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분기별로는 대규모 일회성 리콜 비용이 발생한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면서 연간으로도 적자 전환했다.
현대차 국내 공장 실적이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코스피 상장 후 처음이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1997년과 2008년에도 현대차 국내 공장은 연간 8120억원, 1조8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유지했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3분기 국내 공장 가동률이 100%를 기록했고 4분기에는 106%의 초과 가동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났다는 사실이다.
◆'최저임금 인상ㆍ중국 부진' 국내 생산 비용 올렸다= 연간 적자 폭은 500억원대로 줄었지만 지난해 3분기 현대차 국내 공장의 영업손실은 4618억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일회성 리콜 비용 약 2500억원을 감안해도 2000억원 이상 적자를 봤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적자의 원인을 우선 제조 원가 상승에서 찾는다. 지난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른 데다 중국 실적 부진으로 생산 체인이 무너진 탓이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국 진출 부품사들은 합작 법인 설립이 아니라 국내 자금으로 100% 투자해 중국으로 나간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며 "중국시장 사정이 나빠지고 국내 인건비는 오르면서 생사 기로에 놓인 부품사를 위해 대기업의 단가 현실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도 단가를 합리적으로 조절하면서 협력사에 유동성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에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들이 중국 영향으로 무너지면 완성차 업체도 생산을 못하기 때문에, 현대·기아차 국내에서 재료비를 올려주며 이들을 끌고 가고 있다"며 "중국 부진의 여파가 국내 공장 실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단가 하락은 수익성 악화의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해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수출 평균판매단가(ASP)는 1850만원으로 2011년 이래 처음으로 2000만원을 밑돌았다. 해외시장에서 SUV 판매가 증가했지만 소형차(코나) 위주로 늘면서 평균 가격을 끌어내린 셈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 현대차는 유럽시장을 제외하면 일본차와 가격 경쟁 탓에 수출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 생산으로 수출이 늘더라도 결과적으론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팰리세이드 효과' 올해 상반기, 실적 바닥 찍는다= 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지난해 3~4분기에는 반등을 모색할 신차가 부재했다. 지난해 2월 신형 싼타페 출시 이후 12월 팰리세이드를 선보이기까지 10개월간 공백이 있었다.
하지만 팰리세이드가 출시된 지난해 4분기 말부터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생산이 아닌 판매 단계에서 실적이 잡히는 완성차 업체의 특성상 '팰리세이드 효과'는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 실적 반등의 조짐은 선행 지표 격인 현대모비스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각각 5조9300억원, 5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31% 증가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납품하는 시가총액 상위 15개의 부품사 실적이 지난해 4분기부터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며 "현대차의 생산 후 판매까지 재고 기간 약 3개월을 고려하면 지난해 4분기 올라간 가동률의 효과는 올해 1분기 국내 실적부터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