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業스토리]'1달러'는 봉사·몰락·희망의 상징?

마크 저커버그 부부는 자신의 딸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450억달러 상당의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미국에는 '1달러 클럽'이 있습니다. 회비가 1달러인 클럽이 아니라 연봉이 1달러인 클럽이지요. 미국에서 연봉 1달러를 받는 기업가들의 모임입니다.

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리 아이아코카를 시초로, 15년 동안 연봉 1달러를 받았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구글의 래리 페이지,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이 1달러 클럽의 알려진 회원들입니다.

미국에서는 기업가뿐 아니라 정치가들도 연봉 1달러를 받았거나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등이 해당됩니다.

1달러 짜리 지폐. 당신의 손에 든 1달러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정치가들도 1달러 클럽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업가든, 정치가든 연봉 1달러를 받는다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에 '봉사'한다는 의미입니다. 부자들의 '열정페이'나 '재능기부'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왜 이들이 굳이 1달러를 받을까요? 부자라면 한 푼도 안받아도 될텐데 1달러를 받는 것은 무급 직원을 채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미국의 법률 때문입니다. 1달러라도 받아야 정부·기업과 직원 간 계약관계가 성립해 직무에 따른 의무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세금을 빼고 70센트를 연봉으로 받습니다.

그런데 기업가들은 자신이 보유한 자사의 주식에 따른 배당을 받거나 각종 보상금 형식으로 수십억원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정치가들은 자신의 재산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저크버그는 지난해 회사로부터 받은 연봉 외 890만달러(약 100억원)의 보상금이 개인 전용기 이용 비용과 주거지 보안·경비 비용 등으로 지급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의 금액이 공적인 부분보다 사적인 부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중의 눈총을 감당해야 했지요. 그렇지만 저크버그는 자신과 부인이 보유한 페이스북의 지분 99%, 450억달러를 기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12년 동안 뉴욕 시정을 이끌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 [사진=CNN 화면캡처]

블룸버그통신사의 사주이기도 한 블룸버그 전 시장은 12년 동안 뉴욕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엄청난 돈을 썼습니다. 세 번의 시장 선거에 2억6800만달러를 썼고, 뉴욕의 문화예술단체에 2억6300만달러를 기부했으며, 소수인종 지원 50만달러, 시청 직원들을 위한 부식비 80만달러 등 6억5000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했습니다. 그야말로 자신의 돈을 펑펑 써 가면서 공직에서 봉사한 것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도 연봉 1달러 봉사자들은 부지기수지만, 한국에는 이런 봉사자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치가들에게서는 국민이 아예 기대도 하지 않겠지만, 기업가들 중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런 분들이 수시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자들이 '봉사'의 의미로 연봉 1달러를 활용한 것과 달리, 국내 한 기업은 1달러를 '몰락과 희망'의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울산 미포조선소의 상징으로 통하는 '골리앗크레인'은 2002년 스웨덴 말뫼의 코쿰스조선소에서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구입한 것입니다. 당시 세계 최대 크기였던 '코쿰스크레인'은 조선으로 부흥한 부유한 도시 말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상징이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상징과도 같은 '골리앗크레인(사진 아래)'은 2002년 스웨덴 말뫼시의 코쿰스조선소에서 당시 세계 최대 크기였던 '코쿰스크레인(사진 위)'을 단돈 1달러에 사온 것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 코쿰스크레인이 해체돼 한국행 운송선에 실려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장면이 스웨덴 국영방송에 생중계될 때 장송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는데 말뫼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말이 '말뫼의 눈물'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크레인을 도입한 후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소가 됩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1달러로 '희망'을 사들였고, 말뫼시는 '몰락'을 팔아치운 셈입니다. 요즘들어 조선업의 불황으로 '울산의 눈물'이니, '거제의 눈물'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당시 말뫼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의 말뫼는 친환경 관광도시로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1달러로 몰락을 처분한 것이 말뫼 시민들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입니다. 비록 1달러에 불과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몰락이 되기도 하고, 희망이 되기도 하면, 때론 봉사의 이미지로 탈바꿈 하기도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디지털뉴스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