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화답할 것' vs '北이 비핵화 약속'…북·미는 밀당 중

美펜스 부통령 "北, 비핵화 약속 지킬 것"北 "미국이 실천적 조치 취할 때" 공 넘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먼저 화답할 차례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가운데에 놓고 양측의 '밀당'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약속을 받았다"며 "북한은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약속을 상기시키고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의 약속 이행을 담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도 미국의 선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17일 "조·미 관계라고 하여 북남 관계에서처럼 대전환을 이루지 못할 리유는 없다"면서 "미국의 적절한 상응 조치가 있을 경우 한반도 평화가 더 일찍 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북한은 이미 평화 정착에 필요한 조치를 했으며, 다음 행동할 차례는 미국이라고 했다. 메아리는 "우리 공화국은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하였다"면서 "이제는 미국이 화답해 나설 차례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북·미가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는 상황에서 미국의 양보는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대체로 미 주류 세력들은 북·미 대화는 북한의 입지만 강화시켜줄 뿐이라며 대북 대화 무용론을 주장하는데 이와 정반대의 견해인 셈이다.

안보·평화 분야 비영리 외교 정책 기구인 '디펜스프라이오러티스'의 대니얼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17일 미 폭스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리는 (정상회담) 성공에 대해 완전히 다른 척도, 즉 워싱턴DC의 많은 정책 입안자와 분석가, 전문가가 고착화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환상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DC의 한반도 전문가 다수가 취하고 있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실패'라는 식의 주장은 "구시대적이고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폐기에 덜 초점을 맞추고 한반도의 원만하고 예측 가능한 안보·평화 체제를 만드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일 수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문정인 청와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미국이 북한에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식의 협상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일방적인 압력을 가해 (핵 시설에 대한) 신고, 사찰, 검증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 핵물질과 미사일을 해외로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문 특보는 북·미의 타협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봤다. 그는 "(북한) 핵무기의 안전한 폐기는 설계한 북한 기술자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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