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증자 주의보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재무부담 커져
증자 추진에 주주가치 희석 우려

[아시아경제 박형수 이정민 기자] 국내 경기 침체로 일부 코스닥 상장사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 활황기에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에 대한 조기 상환 요구도 늘면서 증자에 나서는 상장사도 증가 추세다. 일부 상장사는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증자를 추진하는 바람에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여의도 증권가는 3월 말 사업보고서 마감을 앞두고 재무구조가 부실한 상장사에 대한 투자 여부를 판단할 때 자금 조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파인텍은 주주배정 증자를 통해 375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구주 1주당 신주 2.93주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증자 공시 이후 주가는 24.5% 급락했다. 파인텍은 조달한 자금을 모두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공모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조기 상환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221억원을 배정했다. 나머지 154억원은 금융권에서 빌린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다. 파인텍은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매출 채권을 할인해 이자 지급과 차입금 일부 상환 요구 등에 대응하기로 했다.

모바일용 렌즈 모듈을 생산하는 해성옵틱스도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구주 1주당 0.71주를 발행해 운영자금 172억원을 마련한다.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하고 난 다음 영업일 주가는 13.7% 하락했다. 2017년 사모로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상환하기 위한 증자다. 부족분은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영우디에스피와 버킷스튜디오 등도 이전에 발행한 전환사채 조기 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증자를 추진했다가 실패하면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사례도 있다. 바이오중유 사업을 추진 중인 미래SCI는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으나 신주 인수 대상자의 대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회사 측은 "3자배정 대상자의 수차례 일정 변경과 주금 전액 미납으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유상증자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증자 결정 당시 7000원을 웃돌던 미래SCI 주가는 최근 1500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한 대형 증권사 스몰캡 팀장은 "지난해 코스닥 시장이 좋을 때 발행한 전환사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지난해 4분기 국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조기 상환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증자 성공을 위해 할인율이 높은 주주배정 증자에 나서고 있다"며 "실적 부진에 증자까지 겹치면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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