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등 3국 비핵화 경험…북핵 '러시아 역할론'

북핵·미사일 폐기·반출 협조 필수적'넌-루가'식 해법서도 러 역할 중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중국에 이어 러시아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에는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프로그램에도 러시아의 군사 기술이 포함돼 있어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반출에는 러시아의 협조와 지원이 필수적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 3국의 비핵화를 완성시킨 경험이 있다.

1991년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 등 3국은 자국내 배치돼 있던 소련의 핵무기를 그대로 넘겨받아 돌연 '핵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핵무기와 시설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지속·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컸고, 무엇보다 지역내 안보 불안정을 증폭시킬 위험성이 컸다.

이에 당시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서방 측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 의회는 '소련의 핵위협 제거법안', 일명 '넌-루가 법안'을 통해 적극 지원에 나섰다.

1991년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에 산재한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법안으로 발의자인 샘 넌(미국 민주당), 리처드 루가(공화당) 두 상원의원의 이름을 땄다. 원래 이름은 '위협감축협력(CTR·Cooperative Threat Reduction) 프로그램'이다. 미국은 넌-루가 프로그램에 따라 16억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마련해, 우크라이나 등에 있는 수천 기에 달하는 핵탄두와 미사일, 핵잠수함과 핵폭탄을 제거했다.

핵무기 및 핵시설 폐기 기술·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핵기술·과학자 대량 실업과 인재·기술 해외유출을 막기 위한 취업을 보장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실시됐다.

또한 이들 국가는 비핵화 대가로 체제보장은 물론 경제적 인센티브도 챙겼다.체제보장과 경제발전을 위한 대북제재 해제를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북한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북한 ICBM 반출 및 폐기과정에서도 러시아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기술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해당 미사일 프로그램을 미국으로 반출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기밀이 미국에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조남훈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이 넌-루가 형태의 제도를 들여올 것이 확실시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북·미협상이 자칫 어긋나는 최악의 경우에도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서 핵심적 역할이 요구된다. 대북제재 속에 북한은 러시아와 경제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연해주 지역은 북한 노동자들이 대북제재 망을 우회해 외화벌이를 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 셈이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도 향후 러시아의 참여가 예상된다. 조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종전협정(체제보장) 대상자는 아니지만, 배서를 하는 형태로 협정의 구속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 "국제적인 보장의 측면에서도 러시아는 동북아 핵심 플레이어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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