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회복에도 주식형펀드는 '가뭄'

지난달 6300억원 순유출
국내기업 기초체력 우려
대외변수 영향 예년보다 커져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지난 달 국내 증권시장 지수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주식형펀드 시장에선 자금 6300억원이 빠져나갔다. 15개월만에 최대 순유출이다. 외국인투자자가 지난 달 4조원가량 순매수하며 증시지수를 끌어올렸지만 펀드시장 투자심리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공·사모 국내주식형펀드시장에선 6302억원이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9.7%, 7.1% 올랐다. 한 달 순유출 규모로는 2017년 10월 7861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기복이 심했어도 국내주식형펀드시장에는 꾸준히 자금이 들어왔다. 1, 2월에 각각 5629억원, 8642억원이 들어왔고, 지수 13.2%가 빠진 '검은 10월'에도 733억원이 순유입됐다. 12월 2521억원 순유출을 빼면 대체로 자금이 크게 빠지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지난 달에 주식형펀드 수급이 위축된 것은 국내기업 기초체력에 대한 우려와 대외 변수의 영향이 예년보다 크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했다. 지난 달 외국인투자자들이 코스피시장에만 4조500억원가량을 부으면서 대형주 수익률이 9.12%에 달했지만 대내외 지표는 부진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업종별 최근 한 달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보면 IT와 소재, 에너지 등이 각각 -19.28%, -7.14%, -6.25%였다. 이들 업종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화학, NAVER, SK이노베이션 등이 포함됐다.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 지난 달 수출실적을 보면 반도체와 석유화학, 석유제품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3%, -5.3%, -4.8%로 부진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통상 여건과 반도체 가격 및 국제유가급락,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CIO)은 "연초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19%가량 올라 추격매수에 선뜻 나서긴 어려운 국면인데다 최근 기업실적 및 대내외지표가 나쁜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주식형펀드시장이 당분간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A주 대형주 비중이 지난해 9월 발표대로 시가총액 기준 5%에서 20%로 늘어남에 따라 신흥국(EM) 지수 내 한국 비중이 1%포인트가량 하락할 가능성과 3%를 밑도는 한국 잠재성장률(2.8~2.9%), 외국인투자자의 추가매수 여력 약화, 미·중 무역 협상 교착 의심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최근 국민연금의 한진칼 주주권 행사 시사에 따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확대에 따라 시가배당률이 늘어나 한국 주식시장이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고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한국 주식시장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심리를 강화하려면 한국 주식시장이 고평가받아야 하는데, 코드 도입으로 기업들의 주주 친화 정책이 확산하면 지난해처럼 배당수익률이 높아져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코스피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1.93%, 코스피200 배당수익률은 약 2.5%였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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