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생리대 급성장…'불안한 女心'이 시장 키웠다

2017년 생리대 파동 그 후…유기농 생리대 수요 급증
유한킴벌리 유기농 생리대 매출 비중 14%→ 21%로 늘어
올리브영 위생용품 매출 1~3위, 유기농 브랜드가 차지

[사진제공=아시아경제] 서울의 한 드럭스토어에서 면 생리대가 모두 팔려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유기농 생리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일반 생리대보다 안전한 유기농 생리대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다.

29일 위메프에 따르면 2018년 1월~7월 기준 유기농 생리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0.1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리대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도 유기농 생리대 매출 비중이 2016년 9%에서 2017년 14%, 2018년 기준 21%로 늘어났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최근 2년 사이에 유기농 생리대 시장이 크게 성장했는데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생리대 파동 이후 국산 제조사들은 앞다퉈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들을 출시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1월 친환경 생리대 브랜드'라 네이처'를, 같은 해 2월 웰크론헬스케어는 유기농 생리대 '그날엔 순면 유기농'을 선보였다. 깨끗한나라는 릴리안의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신규 생리대 브랜드 '메이앤준'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한킴벌리 친환경 생리대 '라네이처'

생리대 파동은 2017년 3월 여성환경연대 김만구 강원대 교수 연구팀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10종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포함돼있다는 발표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해 8월 식약처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여성 소비자들은 불신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 '나트라케어'를 비롯한 해외 유기농 생리대는 수개월 간 품절 사태를 빚었고 면 생리대나 생리컵 등 대안 제품을 찾는 수요도 급증했다.

30대 여성 이 모씨는 "국산 일반 생리대를 신뢰할 수 없어서 비용이 더 많이 들어도 해외 유기농 생리대를 사서 쓴 지 1년이 넘었다"며 "기존에 사둔 일반 생리대가 많은데도 찜찜한 마음이 들어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리대 파동 당시 가장 먼저 명단이 공개된 '릴리안' 제조사인 깨끗한나라는 매출과 시장점유율 감소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시장 점유율은 ▲2016년 12.7% ▲2017년 8.8%에서 2018년 3분기에는 5.2%까지 하락했다. 생리대를 비롯한 생활용품사업 매출 부진으로 인해 2018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2017년 생리대 파동으로 깨끗한나라가 반품을 실시해 인식된 부채 비용만 60억원 규모에 달했다.

사진=아시아경제DB.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유한킴벌리도 생리대 파동을 계기로 2017년 매출(1조3568억원)과 영업이익(1877억원)이 전년 대비 각각 9.54%, 17.97% 감소했다. 한편 한국P&G는 지난해 말 생리대 파동과 경쟁 격화로 국내 생리대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2015~2017년 생리대 생산실적'에 따르면 생리대 생산 상위 5개업체(유한킴벌리·엘지유니참·깨끗한나라·한국P&G·웰크론헬스케어)의 2017년 생리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5.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농 생리대 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국내 주요 생리대 제품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완전히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기준 올리브영에서 판매된 위생용품 1위는 해외 브랜드인 '나트라케어'가 차지했고 유기농본, 잇츠미 등 국내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가 그 뒤를 이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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