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또 연기…불확실성 못벗은 '발행어음 1호' 한투證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대출에 부당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결정이 또 다시 연기됐다. 12년만에 새 대표이사를 맞아 도약을 다짐했던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선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한 해를 시작하게 됐다.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지만 밤 11시가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해 추후 재심의하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제재심에서도 같은 사안을 논의했지만 한국투자증권 측의 소명이 길어지자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진행한 종합검사에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이 사업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관경고,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사전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금감원이 문제 삼은 혐의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최 회장에게 흘러 들어간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1670억원을 SPC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다. 이후 키스아이비제16차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당시 이 SPC는 최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TRS는 주로 투자자가 주식매입 자금이 부족할 때 실시하는 계약으로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며 자기 자금 없이도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최 회장은 TRS 계약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했다.금감원은 해당 대출이 사실상 최 회장 개인 대출에 활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은 개인 대출에 활용할 수 없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대출이 개인 대출이 아니라 특수목적법인을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TRS 거래도 증권업계 다방면으로 사용돼왔던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 제재심은 아직 미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기 제재심 때 다시 논의할지 아니면 임시 제재심을 열어 논의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일주일 내에는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이번 제재심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물론 업계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발행어음 위반에 대한 첫 징계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발행어음을 포함한 단기금융업의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징계 수위가 높을 경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당사자인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선 불확실성을 걷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로 남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징계 수위가 높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업계 전체의 불안감도 크다"며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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