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국회, 이곳이 진정한 '신의 직장'이구나

추석 연휴가 끝난 27일 일상에 복귀하는 출근길 직장인들이 서울 광화문네거리를 지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요즘 '신의 직장'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아는 어느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은 면면을 보면 다들 좋은 대학을 나왔거나 치열하게 활동하며 살았던 것은 분명 맞는데 직장 생활 태도는 영 의아스럽다.이곳은 1년에 한 번, 다른 조직을 감사ㆍ감찰하고 일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따지는 작업을 한다. 그 기간 사회 곳곳에 숨겨진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이후의 개선 여부를 집요히 추적하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 다시 없는 기회의 현장인 셈. 사회적 영향도 작지 않아 해당 일정은 인터넷으로 중계해 공개한다. 얼마 전 이들의 근무 현장(?)을 취재했는데, 일부에게서 공통된 행동 양식이 발견됐다.일단 상당수가 근무시간 중 딴 짓을 한다. 공식 회의 중에 노트북으로 다른 기사를 읽거나 옆 사람과 수다를 떠는 사람은 양반이고, 전화 통화도 당당히 한다. 자리를 아예 떠버리는 사람도 있다. 내가 본 어느 직원은 가장 먼저 발언 기회를 얻어 자기 할 말만 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가 몇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참관했던 회의의 정원은 스물일곱 명이었는데, 시간을 막론하고 10석 정도는 항상 비어 있었다. 회의에 자주 늦고, 딴 짓을 일삼던 나의 회사 후배에게 당시 부장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회사 생활이 장난이냐?"둘째, 동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여기에 자리까지 비우니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던져진 질문을 다시 던진다. 그러면서 '예, 아니오'로 답하라고만 다그친다.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직원마다 정해진 발언 시간이 있는데 당사자들은 귀하게 쓰지 않는 듯하다. 20여년 전 담임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떠오른다. "여러분, 내 얘기만 하지 말고 친구의 말도 잘 들어줘야 해요."셋째,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정작 중요한 얘기는 잘 하지 않고, 네 편 내 편 갈라서 싸우거나 소리를 지른다든가, 궁금한 걸 묻거나 잘못한 일을 따지라고 데려온 외부 인사들에게 괜한 신경질만 내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거나, 혹은 뜬금없이 고양이를 데려 온다거나. 오래된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쇼, 끝은 없는 거야."물론 기자가 단 하루 잠시 목격한 것은 이들의 활동 중 극히 일부다. 코끼리 새끼발톱 쯤 만졌을 뿐이다. 모범이 될 만한 직원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적인 행동과 태도를 일반 직장인들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어떤 인사고과를 받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마 다음 해 연봉 계약에서 인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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