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일요일이에요/정우영

일요일이에요.일요일은 한정 없이 느려지는 날.점심은 어떻게 내올까요.냄새나는 타성을 삶을까요.차가운 무관심을 비빌까요.공기에 떠도는 암모니아는 지겹고요.수북이 부어 주는 미세먼지도 사절입니다.차라리 밍밍한 졸음이나 들이켤까요.조금은 가벼워도 되겠지요.눈부시게 퍼지는 햇살 국수는 어때요.먹어도 먹어도 배고프지요.한 주 내내 굶고 굶은 요제프처럼.봄날인데도 등은 시리고 몽환은 시큼해요.내일이 과연 올까요.미칠 것 같은 월요일이요.자고 나도 일요일, 눈뜰 때마다 일요일인데요.오늘마다 새로이 한가합니다.룰루랄라, 지루할 틈이 없다니까요.뭘 할지, 뭘 먹어야 할지 선택하지요.자, 그럼 다시 일요일에 만날까요.도대체 무슨 일요일이냐구요.너무나 잘 아실 텐데요.이 일요일은 당신이 그토록이나 바라던바로 그 행성이니까요.
■저는 밤낮으로 일해요. 아침에도 일하고 저녁에도 일하고 새벽 두 시에도 일해요. 밥 먹으면서도 일하고 꿈속에서도 일하고 가끔은 일하면서 다른 일을 하기도 해요. 편의점에서도 일하고 학교 식당에서도 일하고 학원에서도 일하고 전단지를 돌리느라 지하철역 앞에서도 일해요. 이따 자정이 넘으면 제가 쥐여 준 전단지를 뒷주머니에 구겨 넣은 사람들이 저를 부를 거예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행성으로 옮겨 간 사촌 형은 차라리 그럴 때가 행복한 거라고, 그러니까 더 열심히 살라고 그래요. 내일은 세차장 일도 해야겠어요. 그건 그렇고 도대체 전 언제나 졸업할 수 있나요?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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