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핫피플]물만 부으면 스파게티…이탈리아서 삼시세끼 파스타만 먹은 남자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 개발한 황준호 연구원

수년연구 컵 용기 스파게티 개발업계 최초 '듀럼밀'로 식감 살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끓는 물 5분이면 근사한 스파게티 완성~!"농심이 최근 스파게티를 5분 만에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 토마토'를 내놨다. 스파게티 맛 라면이 아니다. 진짜 스파게티 면을 컵 용기에 담았다. 스파게티 토마토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년의 연구 과정이 있었다. 그중 핵심은 면발. 스파게티 토마토는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건면(乾麵) 제품이다. 농심은 업계 최초로 스파게티 주재료인 '듀럼밀'로 면을 만들어 식감을 살렸다. 농심의 면 전문가인 황준호 연구원(과장)이 이야기하는 맛의 비밀은 흥미진진했다.농심은 오랫동안 스파게티에 주목해왔다. 농심에는 다른 기업엔 없는 건면 사출 설비가 있어 정교한 연구개발(R&D)을 거치면 스파게티를 제품화하는 것이 가능했다.황 과장은 "설비가 준비돼 있는 만큼 스파게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스파게티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을 때를 기다려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황 과장은 스파게티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달려갔다.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 링귀네, 탈리아텔레, 부가티니 등 여러 파스타 면을 먹고 연구부터 시작했다. 어떤 면이 제품에 가장 잘 어울릴지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삼시 세 끼 파스타를 먹은 것은 물론 하루 7번 이상 파스타 면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유명 파스타 면 제조 공정을 관찰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발품을 팔고 다녀 파스타 전문가가 된 뒤에야 파스타 중에서도 스파게티를 최적의 면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이처럼 R&D에 집중한 것은 약간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식감, 알 덴테(Al dente)를 위해서였다. 반죽 배합을 바꾸고 면 두께를 미세하게 조절해가며 식감을 맞춰나갔다. 면을 풀었을 때 면 형태가 먹음직스럽게 나오는 것까지 계산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이를 위해 쓰인 듀럼밀만 한 해 50t에 달했다.조리 시간을 단축하는 데도 집중했다. 완성까지 5분을 목표로 정했다. 반(半)조리 상태의 제품을 만들면 조리 시간을 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반조리 상태로는 스파게티 고유의 단단한 식감을 살릴 수 없었다.
황 과장은 "농심의 독자적인 중공면(中空麵) 제조 기술로 스파게티 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중공면은 면 중앙에 얇은 구멍을 뚫은 것으로 면의 표면적이 1.5배 이상 넓다. 구멍 사이로 뜨거운 물이 스며들기 때문에 면이 더 빨리 익는다. 그 덕에 식감을 살리면서 조리 시간도 줄인 것. 면 90가닥을 새 둥지 모양으로 바람에 그대로 말리는 농심의 네스팅(Nesting) 공법도 적용했다.둥지냉면을 비롯해 콩나물뚝배기, 얼큰장칼국수 등 여러 건면 제품 개발에 참여한 황 과장은 "유탕면이 주류인 면시장에서 차별성 있는 건면 제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며 "더욱 차별화된 건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쌀면과 당면, 쫄면 등 다양한 면부터 보리, 콩, 글루텐 프리 원료까지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면 요리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한국 면 요리를 제품화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포부를 전했다.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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