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 없인 담합기업 등 기소 못하는 '전속고발권'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한 유력한 배경으로 거론되는 '전속고발권'은 두 기관 간의 해묵은 갈등 요소다.전속고발권이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된 이 제도는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법률 위반행위에 대해선 공정위가 고발 권한을 독점할 수 있어 '경제 검찰'로서의 공정위의 지위를 굳건하게 해 준 요인이기도 하다.그러나 전속고발권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고발 기준이나 절차, 방식, 법적 효과 등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 전속고발권 행사의 적정성은 끊임없는 논란거리였다. 또 공정위가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하고 기업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나왔다. 공정위가 검찰의 요청을 받은 후에 반드시 고발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검찰의 고발요청에 구속력을 부여했다. 검찰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질서를 저해한다'고 판단하는 위반행위에 대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반드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뒀다.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을 견제할 목적으로 고발 요청권자를 감사원장, 중소기업청장, 조달청장으로 확대해 이들 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하도록 한 것이다.이 같은 의무고발요청제 도입으로 전속고발권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고발요청권 행사가 12차례에 그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검찰이 공정거래 사건 처리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만큼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도 2015년부터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전담부를 두고 전문성을 축적해 왔으며, 올해는 전담조직 확대와 인력 확충을 통해 이 논리에 맞대응하고 있다.전속고발권의 전면폐지는 여전히 쉽지 않은 숙제다. 특히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전면 폐지돼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고소ㆍ고발이 자유로워지고 형벌 부과가 빈번해지면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부분의 신고 대상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등 고소에 취약한 기업들로, 고발을 통한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이들의 기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속고발제가 있는 5개 법률의 피신고인 중 중소ㆍ중견기업의 비율은 84%에 달했다.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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