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가는 ‘하늘의 백악관’ 에어포스원

공중급유 받으면 1주 이상 비행가능…대공미사일 회피 기능 및 전자기파 공격 방어 장비 탑재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사진=백악관).

[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 '중립지대'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양에서 싱가포르까지 약 4830㎞ 떨어져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당도하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규모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10일 전한 바 있다.김 위원장이 지난 7~8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 때 이용한 전용기는 '참매 1호'다. 참매 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것이다.1995년 단종된 참매 1호의 노후화가 심각해 중간기착으로 정비와 재급유를 받지 않으면 싱가포르까지 한 번에 날아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을 타고 수월하게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대통령 전용기의 명칭은 'VC-25A'다. 대통령이 탑승했을 때 부여되는 항공교신용 호출 부호(call sign)가 바로 '에어포스원'이다.에어포스원은 '공군 1호기'로 불리기도 한다. 미 대통령의 전용 헬기는 '마린원'으로 불린다.지난 3월 27일 미 백악관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으로부터 에어포스원 2대를 39억달러(약 4조1800억원)에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합의된 비용 39억달러는 항공기 운용 프로그램 개선, 항공기 계류장 건설 비용까지 포함된 것이다.

에어포스원 구조(사진=백악관).

현 에어포스원은 1990년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연한이 다하고 있다. 에어포스원 운용 주체인 미 공군은 새 전용기 도입이 대통령의 이동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전용기를 처음 탄 인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년 재임)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3년 수륙양용 항공기 '보잉 클리퍼 314'를 이용했다. 그는 '세이크리드 카우(Sacred Cow)'라는 이름의 '더글러스 V-54C'도 전용기로 사용했다.루스벨트의 후임자인 해리 트루먼 대통령(1945~1953년 재임)은 '인디펜던스'를 전용기로 이용했다. 인디펜던스라는 이름은 고향인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에서 따온 것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1953~1961년 재임) 시절인 1959년까지 프로펠러 비행기가 대통령 전용기로 쓰였다.에어포스원이라는 호출 부호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이다.제트기가 대통령 전용기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59년이다. '보잉 707'을 바탕을 만든 'VC-137A'가 1962년까지 에어포스원으로 사용됐다. 이어 1962∼1990년에는 보잉 VC-137C가, 1990년부터 지금까지 보잉 747 기종을 개조한 'VC-25A'가 에어포스원으로 운용되고 있다.현재 운용 중인 에어포스원을 이용한 대통령은 조지 H. W. 부시(1989~1993년 재임), 빌 클린턴(1993~2001년 재임), 조지 W. 부시(2001~2009년 재임), 버락 오바마(2009~2017년 재임), 그리고 현재의 트럼프다.

에어포스원 내 대통령 집무실(사진=백악관).

에어포스원은 '하늘의 백악관', '하늘의 요새'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 중인 에어포스원은 보잉 747-200B 기종을 개조한 것으로 백악관 집무실처럼 암호화 통신과 화상회의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연결 시스템과 85개 전화 회선까지 지원한다.에어포스원은 재급유 없이 1만2000여㎞를 비행할 수 있다. 주일미군 기지 등 지구 곳곳에 광범위하게 배치된 공군 공중급유기로부터 지원 받으면 비상시 1주 이상 비행할 수 있다.에어포스원은 공중에서 지상으로 교신하는 위성통신 장비뿐 아니라 다양한 주파수로 세계 여러 나라와 통신할 수 있다. 여기에 대공미사일 회피 기능과 핵폭탄 폭발시 발생하는 전자기파(EMP) 공격 방어 장비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에어포스원은 미 대통령이 세계 어디서든 국정을 총괄하고 군통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늘의 요새이자 집무실'인 셈이다. 2001년 9ㆍ11 테러 당시 부시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으로 대피한 뒤 하늘에서 지상 상황을 지휘했다.

지난해 11월 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에어포스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가 내리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백악관이 새로 구매할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 747-8'을 기본으로 삼은 것이다. 새 공군 1호기는 현 기종보다 길이가 길고 힘이 훨씬 좋다. 게다가 더 멀리, 더 빨리 날 수 있는데다 탄소배출량은 전 기종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새 에어포스원인 'VC-25B'는 오는 2024년 인도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까지 인도 받기를 원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2021년까지 인도되고 그가 2020년 재선에 성공할 경우 그는 새 에어포스원에 타볼 수 있게 된다.그러나 미 공군의 전용기 성능 검사에만 보통 3년이 걸린다. 따라서 2021년까지 인도가 완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새 에어포스원은 30년간 사용될 예정이다.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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