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행…금융위 '외부인 접촉 규정' 구멍 숭숭

보고 대상도 많지만, 보고 예외 사유도 많아…규정 실효성 없다는 논란 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금융위원회가 전관예우 차단과 부정청탁을 막기 위해 오늘부터 시범시행하는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퇴직관료, 금융사 임직원 등을 만난 후 보고의무를 두는 규정을 뒀지만, 사실상 자율규제 성격이 짙어 운용의 묘를 살리기 어렵고 보고 기준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정부부처 중 두번째로 '외부인접촉 관리 규정'을 시범시행한 후 미비점을 보완해 5월1일부터는 정식으로 시행한다.이에 금융권 내부에선 금융위보다 먼저 제도를 시작한 공정위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연초 이후 지난달 말 기준으로 500건 내외 외부인 접촉 보고가 있었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150건 수준이다.하지만 금융위 규정 곳곳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명성을 강조해 규정을 도입했지만, 시장과 소통을 이유로 예외조항을 넣다보니 보고기준이 불명확해 '안하니만 못한 규정'이 돼버렸다는 것이다.공정위는 ▲경조사, 토론회, 세미나 등 대면접촉▲공직 메일이나 사무실 전화▲사업장을 조사하는 대면 접촉을 예외로 뒀는데, 금융위는 이를 포함해 ▲등록ㆍ신고ㆍ보고▲공직유관단체나 금융협회 임직원 접촉▲인허가 진행상황 문의▲휴대전화 등 통화시 지체없이 통화 종료를 했을 경우 보고대상 예외 사유로 추가했다. 이에 덧붙여 금융위는 보고 '대상' 사무와 보고 '제외' 사무를 적시해, 한번 더 보고 예외범위를 열어 뒀다. 검사ㆍ제재, 인ㆍ허가, 자본시장 불공정 조사, 회계 감리 업무 등일 경우에만 보고 대상 사무에 들어간다. 아울러 금융행정의 특수성을 감안해 시장모니터링, 신속한 대응 조치 등과 관련해서는 또 보고대상 사무에서 제외했다.이처럼 빠져나올 구멍이 많은 규정 때문에 금융위 내부에선 제도의 취지에 대해 회의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자율규제 성격이지만, 만들어진 만큼 형식적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위 사정에 정통한 부처 관계자는 "일단 규정이 생겼으니 지켜야 하는 게 순리인데 자율규제나 다름없어서 피로감이 있다"면서 "처음엔 아무도 외부인 접촉 보고를 하지 않으려 할 텐데, 감사원 등에서 이 규정과 관련해, 보고건수가 '0건'라 하면 제도가 형해화됐다는 비판을 받을테고, 너무 꼼꼼히 보고를 해도 수상하다는 지적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의미없는 보고건수만 늘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꼬집었다.금융위가 하는 '금융행정' 업무는 공정위와는 성격이 다른데도, 공정위의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을 금융위에 적용하면서 무리수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합의제 준사법기관'으로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경제검찰' 역할이 주업이지만, 금융위는 금융산업 선진화, 시장 안정화 등 금융산업진흥 정책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과 소통이 중요하다.윤석헌 서울대학교 객원교수(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는 "금융위의 경우 공정위와 업무의 성격이 다른 조직이기 때문에 외부인접촉을 너무 강도 높게 막아도 문제가 있고, 그렇지 않아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절충적 지점에서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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