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잠 너머의 국경 2/유정이

바싹 햇볕에 구워진 서우라하가멋대로 입다 돌려준바람의 옷을 껴입고한 번씩돌아누우면 다른 꿈이 돋아났다그러면 나는 어린 나무가 되어어깨를 기울여 들어가 보는 당신의 잠새알처럼 동그란 눈으로검은 하늘에 풀어놓은 바람의 지문을받아 적는다한 페이지를 읽으면한 개씩 손금이 생겨났다속살을 밀고 일어서면새살이 돋아나는 하루가 즐거워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친다발밑 저수지 물관을 돌아 나가고내게는 한 뼘 발목이 가득 들어찬다■시인이 지면에 밝힌 바에 따르자면 '서우라하(Sauraha)'는 '네팔 중부 지역에 있는 관광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시는 '네팔의 바람과 나무와 새알과 하늘'에 얹혀 있는 셈이다. 그렇긴 한데 '서우라하'는 차라리 강원도의 어느 계곡이나 여느 도시에 다소곳이 깃들어 있는 동네 이름만 같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이 봄이라서 그렇다. 다만 이 시를 읽고 있는 지금이 봄이라서, 시인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속살을 밀고 일어서"는 새싹들을 기웃거리는 "하루가 즐거워" 나도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치고 싶다. 괜히가 아니라 꼭 그러고 싶다. 봄비가 내리면 "어린 나무"처럼 내 발목에도 "한 뼘" 가득 '물관이 돌아 나갈' 것만 같아서 말이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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