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 UHD방송, 평창 통해 시청자 곁으로

박진우 한국방송협회 특임본부장

며칠 뒤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한다. 이번 올림픽은 지구촌 스포츠 축제라는 의미에 더해 각종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기존 4세대 통신 기술보다 수십 배 빠른 5G 기술과 VR(가상현실)ㆍAR(증강현실) 기술 등이 경기장 안팎에서 사용되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기계와 사람 그리고 기계와 기계를 연결한다. 세계 최초로 이루어지는 초고화질(UHD) 중계방송도 차세대 미디어 기술을 대표하는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다.2001년부터 시작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플랫폼으로서 지상파 방송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방송 커버리지 확대와 디지털 편성 비율을 맞추는데 급급한 나머지 다채널ㆍ양방향 서비스 같은 시청자를 위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디지털로 제작된 콘텐츠는 복제와 배포가 쉬워졌는데도 적절한 보호 장치가 없어 불법 유통 피해가 연간 3000억 원에 달할 정도였다. 또 조건 없이 케이블 재전송을 허용함으로써 경쟁 상대인 케이블 방송이 급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결국 아날로그 방송이 끝나는 시점에 우리나라 미디어 환경은 유료 플랫폼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재편됐다.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난해 5월 UHD 방송을 시작하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상파 방송3사는 공동 대응체계를 꾸렸고 콘텐츠 보호와 함께 양방향서비스ㆍ모바일 서비스 등을 핵심과제로 추진해왔다. 콘텐츠 보호는 TV 개발비용 상승을 우려하는 가전사와 재전송 협상을 염두에 둔 유료방송사들의 반대가 무척 심했지만, 'UHD송수신 정합표준'과 '무선설비기술기준'에 콘텐츠보호 적용 근거를 마련해 적용할 수 있었다.시청자와 상호 소통할 있는 UHD 플랫폼도 구축했다. 지상파와 OTT(Over The Top)를 결합한 세계 최초의 양방향 UHD 플랫폼이 'TIVIVA'란 브랜드명으로 작년 말부터 전국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UHD 방송 표준으로 채택한 ATSC 3.0은 초고화질뿐 아니라 양방향 서비스를 고려해 만든 표준이기 때문에 UHD TV에 인터넷을 연결하면 셋톱박스 없이도 VOD와 다채널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강릉에서는 처음으로 UHD모바일 방송을 시연한다. UHD 모바일은 별도의 주파수와 송신 자원이 필요한 DMB와는 달리 TV 전파를 통해 고화질 이동수신이 가능하다. 화질은 현재 서비스 중인 어떤 모바일 방송보다 앞서는 1080P 풀 HD 이상이다. IP망과 연계하면 방송의 한계를 뛰어넘는 양방향도 구현할 수 있다. 국가 재난방송 체계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데이터 수신 비용 없이 무료로 야외에서, 이동하면서, 차량 안에서 고품격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UHD모바일 서비스 상용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전사에서는 휴대전화 수신칩을 개발해야 하고 정부의 서비스 승인도 필요하다. 이런 여건만 개선된다면 세계에서 자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 ICT의 당당한 한 축이 될 것이다. 평창 올림픽은 UHD방송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평창을 발판으로 지상파 방송이 시청자들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박진우 한국방송협회 특임본부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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