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방산업계의 기대와 실망

정치부 양낙규 차장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마케팅에는 '기대와 실망의 법칙'이 있다. 사람들은 조그만한 자극에도 큰 기대를 하는 경향이 있어 실망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솔직함을 피력하거나 절제와 여유를 보이는 마케팅이 사람들에게 차별화로 인식될 수 있다는 법칙이다. '기대와 실망의 법칙'은 방산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 기대를 걸었지만 매번 실망으로 끝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무기 도입에 커미션만 줄이면 무기 구매 예산의 20%는 줄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 때문에 감사원은 물론 검찰까지 동원돼 방산업체를 샅샅이 훑었지만 '무기 도입 커미션 20%'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공개 기념식' 에 참석해 방위산업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방위산업을 겨냥한 비리형 조사가 부풀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5년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이 전ㆍ현직 장성급 11명 등 77명을 기소하면서 방산비리 액수가 1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15년 합수단이 발표한 '방산비리 규모 1조 원'은 사업의 총사업비를 합친 금액이다. 실제 소송가액은 1225억 원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국제항공우주ㆍ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 축사에서 "첨단무기체계의 국산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는 연구ㆍ개발자들이 자랑스럽다"며 방산업계에 기를 실어줬다. 하지만 요즘 방산업계는 이 말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국내 유일의 항공ㆍ우주 관련 업체인 KAI를 보면서 위축감만 생겼다. KAI는 방산비리의 중심으로 지목되면서 수출이 올 스톱되는 등 사업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올 초 7만원을 넘어섰던 KAI 주가는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되는 타격을 받았다. 방산업계가 현 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지 않으려면 어떻해야 할까. 먼저 무기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을 방산비리로 치부해버리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미국의 경우 구축함 건조과정에서만 평균 2600여 개의 결함이 발견된다. 하지만 방산비리로 보지 않고 전력화를 한 이후 결함을 고쳐 나간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에 처음 실전 배치된 토마호크 미사일도 명중률이 약했지만 현재까지 성능을 개량해 명품무기로 거듭났다. 국정감사장에서 일부 국방위 의원들이 "목표를 정해 놓되 일정 수준 충족하면 전력화를 하는 것이 맞다"며 진화적 개발 방식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방위산업을 치켜세우기 전에 무엇을 먼저 해줘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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