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잠수함의 세계]②최초 핵잠수함 이전에도 '노틸러스호' 있었다

1958년 북극점 바다 밑을 통과한 노틸러스와 27년 전의 도전

최초의 핵잠수함 노틸러스호

59년 전인 1958년 8월, 세계 잠수함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다. 미국 해군 잠수함 '노틸러스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북극점을 바다 밑으로 통과한 것이다. 노틸러스호는 8월1일 알래스카 배로 곶(Barrow Cape)에서 잠항을 시작해 이틀 만에 북극점을 지났고 4일 그린란드 북동쪽의 대서양 위로 떠올랐다. 2945㎞의 거리를 평균 20노트로 잠항한 노틸러스호는 총 96시간 동안 잠수한 채 북극해 횡단에 성공했다. 노틸러스호의 성공은 '핵잠수함'이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은 1945년 원자 폭탄의 위력을 보고 이를 동력으로 쓰는 잠수함 개발을 시작했다. 1954년 세계 최초의 핵잠수함이 완성됐다. 이전의 디젤 잠수함과 달리 노틸러스호는 우라늄을 연료로 썼다. 잠수함 안의 원자로에서 만드는 전기로 터빈을 돌려 한 번 핵연료를 보급하면 지구 세 바퀴를 돌 수 있었다. 길이 97m, 배수량 3180톤으로 이전 잠수함들보다 훨씬 컸지만 물속에서 50일 동안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노틸러스호의 성공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핵잠수함 노틸러스호도 그해 세 번의 도전 끝에 성공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과거에도 같은 도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노틸러스호의 성공을 지켜봤을 것으로 짐작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탐험가 조지 허버트 윌킨스(George Hubert Wilkins)의 얘기다. 그는 평생의 한을 푼 것처럼 노틸러스호가 북극점 바다 밑을 통과한 해 12월30일 숨을 거뒀다.

1931년 조지 허버트 윌킨스가 탄 노틸러스호(사진=www.sirhubert.com 캡처)

윌킨스의 도전은 1931년 시도됐다. 그의 목표도 잠수함을 타고 북극점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공교롭게 그가 탄 재래식 잠수함의 이름도 노틸러스호였다. 그의 도전은 세계적인 화제였다.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 신문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장도에 오른 노틸러스호가 난항을 거듭하다 북극에 진출해 잠항을 개시했지만 실패하고 돌아왔다는 기사는 그해 6월부터 10월 사이 간간이 식민지 조선에도 소개됐다. 재래식 잠수함의 출력 한계, 낡은 잠수함의 침수 피해 등이 실패 원인이었다. 하지만 윌킨스의 노틸러스호는 잠수함으로 북극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결국 핵잠수함 노틸러스호의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27년의 시차를 둔 두 노틸러스호의 도전. 그렇다면 왜 잠수함에는 '노틸러스'라는 이름을 즐겨 붙였을까. 1870년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2만리'에 등장하는 잠수함 노틸러스호에서 시작됐다는 게 통설이다. 노틸러스(Nautilus)는 앵무조개라는 뜻으로 그 어원은 그리스어의 선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틸러스와 잠수함의 관계는 앵무조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보다 분명해진다. 앵무조개는 부력을 조절해 바다 속에서 떠다닌다. 껍데기 안쪽에 기체를 채워 부력을 얻는 원리다. 이런 원리가 잠수함이나 선박 설계에도 응용되는 것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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