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A 글로벌리포트]인도네시아의 한류감성

권도겸 한국무역협회 자카르타지부장

[아시아경제]인도네시아의 라마단 기간은 역설적으로 일 년 중 소비가 가장 왕성하게 이뤄지는 때이다. 4주간의 금식과 이어지는 일주일의 르바란 연휴에 인니사람들은 평소보다 약 40%를 더 소비한다고 한다. 이 기간에는 식품뿐 아니라 교통, 의류, 가전 등 다양한 소비재와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는데 절제와 금욕의 금식기간이 끝나면서 욕구가 축제로 폭발하는 듯하다.남반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서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닮은 점이 꽤 있다. 두 나라의 말은 산스크리트어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형용적 표현과 뉘앙스가 비슷하다. 먹거리도 두 나라 공히 매운 양념을 좋아한다. 인종적으로도 피부색이 다를 뿐 유전학 연구를 통해서 한국, 일본, 티베트, 인니 등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인종으로 2~5%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렇듯 인도네시아인의 언어와 감성에는 한류가 어필하는 이유가 숨어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우리는 한류를 활용한 할랄(Halal) 시장 진출을 새로운 기회로 준비하고 있다. 이미 경쟁국인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해 볼 때 규모와 준비면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유리한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세계 4위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를 넘을 정도로 견조한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내수시장의 성장률은 매년 6% 이상 유지하고 있어서 10여년 전 중국처럼 중산층이 빠르게 두터워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도 약 20개의 거점도시에 인프라를 집중하고 대도시안에서 소비와 서비스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렇다보니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자본들의 투자가 공격적이다. 네슬레, 다농, 코카콜라, 니신 등 다국적 기업들은 초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현지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박리다매로 멀리 보는 접근을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완제품 수출형태로 진출하고 있는데 불닭볶음면이 히트를 치면서 매출이 약 3배 늘었고 본가, 명가면옥, 비비고 등 프랜차이즈 식당들은 자카르타에만 10여곳이 성업할 정도로 고급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인니에서 매콤달콤한 맛은 한국음식의 키워드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인구를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역설적으로 가장 국제화된 나라이다. 무슬림이 주류이지만 기독교, 가톨릭, 불교, 힌두교 등 5대 종교를 인정한다. 인니에 식료품이나 화장품을 수출하려면 할랄인증을 꼭 받아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는 반면, 할리우드의 최신 개봉작을 먼저 보려면 서울과 자카르타를 가라는 말이 있다. 한국산 화장품이나 스마트폰이 인기 있는 만큼 일본산, 중국산, 대만산 등 적당한 품질과 가격을 가진 수입제품들은 모두 구매대상이 되고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 또한 낮은 편이다. 기회와 도전이 함께 섞여있는 큰 시장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000달러 언저리에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스마트폰 판매가 조만간 1억대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의 소비수요는 여느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같은 아시아인으로 매운 양념을 좋아하고, 새로운 문물에 환호하고, 한국인처럼 생각하는 인도네시아의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논리보다 한류이미지를 활용한 감성마케팅 전략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권도겸 한국무역협회 자카르타지부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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