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 禪問 / 함민복

위에서 아래로 따르는물을 받을 수 있는 종이컵에아래서 위로 초를 꽂아불을 담아 들고 있네 
 ■ 물음이 건너왔으니 답을 해야 옳을 텐데 물음 속에 이미 답이 깃들어 있으니 다만 그 물음을 자꾸 되새길 뿐이다. 왜 우리는 물을 받는 종이컵에 불을 담을 수밖에 없었던가. 우리가 담은 불은 무엇을 태우고 무엇을 밝히고자 했던 것인가. 처음 누군가가 치켜들었던 촛불 하나가 어떻게 거대한 물결이 되었던가. 그 물결은 정녕 저 아래를 향해 흘렀고 또한 함께 흘렀던가. 이제 이 물결은, 이 촛불은 어디로 흘러가고 어디에서 불타야 하는가. 마침내 촛불은 촛불을 넘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어쩌면 이제야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우리가 우리를 밝히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분명히 시작되었고 끝나지 않았다. 늦가을부터 엄동설한 지나 새봄이 오는 하루마다 "불을 담아 들고" 서로를 밝히고 데워 온 사람들. 분노를 넘어 사랑이 시작되었고 나날이 갱신 중이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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