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없이도 부탄이 행복한 이유

정부 관료부터 일반 농민, 학생들까지
직접 만나 부탄 행복의 비빌 분석한 저자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삶의 관점
모든 정책이 경제 아닌 행복에 맞춰져
GDP 1000달러 안되던 시기 무상의료 도입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경제시스템을 바꾸고 정치도 바꿔야 한다. 우선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더라도 더불어 행복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럴 때만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부탄에 주목하는 이유다.(25쪽)"'헬조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떠돌던 말은 이제 시사상식사전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옥에 비유한 신조어로 영어 '헬(Hell: 지옥)'과 '조선(朝鮮)'의 합성어다. '한국이 지옥에 가까워 희망이 없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더 이상의 경제적 성장은 어렵기 때문에 나온 자조 섞인 말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좋은 시절은 끝났다. 건설, 조선 등 근간을 이룬 산업은 몰락해 더 이상 '땅' 파서 장사하기 힘들다.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와 재벌 체제의 한계,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성장 잠재력 또한 약화됐다. 남들처럼 자원이 없으니 순전히 머리를 굴려야 하지만 지혜를 모아 봐도 심각한 경쟁구도와 정치혼란 등으로 인해 쉽지 않다. 지금껏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한국은 빠른 시간 안에 비교적 큰 성과를 얻어 부국(富國)이 된 대신 그만큼 빨리 늙어버렸다. 지옥 같은 삶 속에서 천국을 찾는 이들도 있다. 서구 복지국가로 '이민가고 싶다'는 말을 장난처럼 입에 올리기도 하고, 실제 사례들도 적지 않다. 이렇듯 성장과 개발, 물질에만 목 매달며 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개인은 '제대로, 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세대가 바뀌면서 성장 대신 진정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현실에 지친 이들이 한 번쯤 꿈꿔 봤을 천국 같은 나라가 있다. 바로 히말라야산맥 동부에 있는 조그마한 왕국 부탄(Bhutan)이다. 인구 75만명. 부탄의 모든 정책의 초점은 '국민 행복'에 있다. 한국은 허울뿐인 국민총생산(GDP)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국민총행복정책'을 실시하는 부탄은 국민 행복도(GNH)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역량을 집중한다. 2008년 헌법이 바뀐 뒤로 GNH는 부탄 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평가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과 부탄의 차이는 역시 '관점'에 있다. 책 속에서 국민총행복위원회의 관리는 "부탄에서 어떤 사람이 행복한지는 잘 모른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우리의 역할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두 차례 부탄 여행을 다녀오고 두 달간 생활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중앙 부처의 장ㆍ차관부터 지방의 말단 공무원, 국책연구소의 소장과 연구원, 대학교수, 공기업과 사기업의 수장과 직원, 일반 농민과 관광 가이드, 식당 및 술집 주인과 종업원, 초ㆍ중고등학교 학생들, 외국인과 결혼해 실제 부탄에 살고 있는 한국여성까지 되도록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탄의 문제점도 놓치지 않는다. 배울 점은 취하되,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한다. 부탄은 아직 걸음마를 뗀 민주주의, 전형적인 후진국형 경제구조, 식량문제, 이농과 도시화로 방황하는 청년문제 등이 산재했다.저자는 그들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부탄이 과거 1인당 GDP가 1000달러도 안 되던 시기에 과감하게 무상의료 정책을 도입한 것처럼 앞으로도 국민의 행복을 모든 정책의 중심에 놓고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부탄의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 저자는 부탄을 통해 우리사회가 지닌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면 충분하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성장을 위한 악습과 폐단을 잠시 멈추고 보다 많은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인 역시 행복을 찾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박진도 지음/한울엠플러스/1만9500원>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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