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학창 시절의 우상...지금, 작품 파트너 우성...그래서 꿈을 이뤘다는 인성
배우 조인성
모델로 시작해 드라마 주연까지 롤모델 정우성과 닮은길특수분장 없이 10~40대 소화...30년 걸친 권력자들 부조리 고발촬영 땐 허구 느낌, 개봉시기 되니 현 정국과 절묘하게 오버랩[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조인성(36)은 정우성(44)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시작은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1995년).' 미국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데이토나 챔피언 카레이서로 성장한 강동석의 '아메리칸 드림'에 열광했다. 배재고 시절에는 김성수 감독의 영화 '비트(1997년)'에 푹 빠졌다. 첫 대사인 '나에겐 꿈이 없었다'를 몇 번씩 중얼거리며 정우성이 그린 이민을 흉내 냈다. "지하철에서 버려진 스포츠신문을 발견하면 잽싸게 챙겼다. 학교에 가져가서 우성이 형 기사가 있는지부터 찾아봤다. 내 학창시절을 정열과 낭만으로 채워준 우상이다." 조인성은 정우성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로 모델이 됐고, 드라마에 데뷔할 때부터 주연을 꿰찼다. 대사 전달 등에서 연기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지만,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지난 18일 개봉한 '더 킹'에서 둘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조인성을 16일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만났다. 그는 "꿈을 이뤘다"고 했다. "언젠가는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묵묵히 뒤에서 받쳐주신 덕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영화 '더 킹' 스틸 컷
조인성은 더 킹에서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승승장구하는 박태수 검사를 그린다. 특수 분장 없이 10대부터 40대까지의 모습을 연기하며 한 남자의 일대기에 담긴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이를 앞세워 권력자들의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조인성은 "영화에서만 다룰 수 있는 소재다. 박태수를 통해 나타나는 현실적이면서도 낯선 세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심는 것도 어려웠지만 대통령이 다섯 번 바뀐 30년을 그리면서 각 정권의 상징적인 모습을 담는 것이 까다로웠다"고 했다. 가장 신경을 기울인 연기는 나레이션. 박태수의 성격을 나타내면서 극을 진행하는 장치로 작용해 전체적인 분위기나 어조를 잡는데 고심했다. 그는 "녹음을 하다 보니 음악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더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대한 관객의 공감을 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배우 조인성
더 킹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지만 영화의 톤은 밝다. 현실을 그대로 비추기보다 권력자들의 삶을 풍자하는데 초점을 둔다. 검사들이 무당 앞에서 춤을 추는가 하면 클론의 '난'과 자자의 '버스 안에서'와 같은 댄스곡에 통일된 안무를 선보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현 정국이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조인성은 "촬영할 땐 허구의 느낌이 강했는데, 실제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까 생생한 일들을 형상화해놓은 것 같다"고 했다. "현대사에서 자주 거론돼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동안 합리적 의심을 받았지만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었다. 최근 구속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고. 정치인이나 검찰의 99%가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김경진 의원의 말대로 1%가 조직을 썩게 만든다. 이번 사태를 기회로 정치를 외면해온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나부터 반성하고 있다." 손사래를 쳤지만 조인성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축에 속한다. 매일 뉴스를 챙겨보고, 이따금 국회방송을 시청하며 현안에 대해 고민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지낼 뿐이다. 계속 인지를 하다 보니 '비열한 거리(2006년)'처럼 시대의 공기를 담은 작품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영화 '더 킹' 스틸 컷
비열한 거리는 조인성에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험상궂게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던 단조로운 패턴에서 탈피해 다양한 갈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유하 감독(54)의 후속작 '쌍화점(2008년)'에서 다시 주연을 꿰찼고, 노희경 작가(51)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ㆍ'괜찮아, 사랑이야'ㆍ'디어 마이 프렌즈' 등에 줄줄이 출연했다. 조인성은 "경험이 최고의 보약 같다"고 했다. "18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정말 애를 많이 썼다. '논스톱2'로 데뷔할 때만 해도 어떻게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가끔 당시의 막연함을 떠올리며 열심히 살자고 다짐한다. 인기와 안락한 삶을 위해 연기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왜 배우를 하냐?'고 물으니까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답이 나오더라.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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