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순실 국정조사' 증인석에 앉은 9명의 재계 총수들 사이에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바라보는 시각차는 극명하게 갈렸다. 연세가 지긋한 총수들은 대체로 전경련 해체에 부정적인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총수들은 전경련 해체에 수긍하는 모습을 연출했다.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인석에 앉아 있는 대기업 회장들을 향해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분들 손들어 보라"고 요구하자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 등 6명은 반대의 뜻으로 손을 들었다.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3명은 전경련 해체에 수긍하는 듯 손을 들지 않았다. 나이 든 총수와 젊은 총수 간 전경련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대목이다. 나이 든 총수들은 전경련이 그동안 산업발전에 이바지해 왔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존립에 무게를 두는 반면 젊은 총수들은 정경유착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아 온 전경련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듯 해체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앞으로 전경련 지원금을 중단하고 개인적인 활동도 하지 않겠다"며 전경련 탈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 총수들은 전경련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억하는 반면 젊은 총수들은 전경련과의 인연이 많지 않아 이 같은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며 "하지만 세대를 넘어 전경련의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는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설립을 주도했던 삼성, SK 등 대기업이 탈퇴 입장을 표명한 만큼 전경련 해체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경련을 해체하는 문제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전경련은 1961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민법 등에 따르면 사단법인은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주무관청(전경련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랜 기간 법적 다툼이 예상되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전경련 정관 제5장(총회)의 16조 의결을 다룬 조항에 따르면 제1항에 정관의 변경이 명시돼 있어 총회를 통해 해체에 관한 건을 추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회원사 전체 의견을 들어 총회를 열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완전한 해체보다는 해체에 버금가는 탈바꿈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이 "(전경련) 새로운 방향이 있다면 모색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전경련 해체에 반대한다고 손을 들었던 구 회장이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재단으로 운영하고, 각 기업 간의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해체 수준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헤리티지재단은 보수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미국 저명 학술ㆍ연구기관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은 "전경련을 헤리티지재단처럼 싱크탱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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